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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영월교통지회의 고공투쟁, 연대의 깃발을 올리자

기사승인 2018.08.22  18: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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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아 / 시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인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 기구의 개척자이며, 초창기 사진가 나다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파리의 하수도를 찍은 최초의 사진가였으며, 기구를 타고 당시만 해도 신의 영역이라고 분류되어온 하늘을 방문하고, 그곳의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인간이 드디어 신의 시점을 가지게 한 신인류이기도 했다.

정확히 1868년의 일이었으며, 100년 후 1968년 아폴로 8호가 달 탐사를 위해 지구 저 너머의 영역으로 도약하였다. 2018년 8월, 새로운 우주여행과 영원한 이주를 꿈꾸는 지금 그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은 아니다.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고 신문에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일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대한 우주의 한 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150년 전 불꽃 머리칼의 사내 나다르와 또 다른 이유로 하늘 높이 오르려고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타워크레인, 철탑, 굴뚝, 송전탑, 조명탑, 지상과는 더 멀리 하늘과 더 가까운 곳이면 된다. 생명체 서식가능구역만 있다면 영원한 우주 이주를 꿈꾸는 21세기에 지상과 멀어야 100미터 안팎인 곳에 올라야 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지상과 점점 더 멀어지려는 이유는 단 하나, 지상에서의 외침이 아무런 메아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높이 올라가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신에게 매달리고 싶었을 것이다. 저들의 눈과 귀를 열어 우리가 왜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오게 되었는지를 알게 해달라고.

영월교통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그 중의 하나이다. 서울경기강원공공운수노조 영월교통지회 소속 노동자인 안정호 지회장 외 1명은, 무쇠도 녹일 듯한 뜨거운 태양을 향해 지난 8월 8일 새벽 3시 청령포와 김삿갓면을 잇는 88번 국도 4번째 교각으로 올라갔다.

인구 4만 명의 영월에서는 새로 들어선 아파트 외에는 그보다 더 이상 높은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이 매일 출근하던 영월교통에서는 10미터 거리에 있으며 지상과는 35미터 떨어져있다. 천막농성 68일째, 직장폐쇄 40일째 내린 결단이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하는 첫 번째, 부당해고 철회이다.

‘2017년 11월 입사한 신입사원이 1월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없었던 3개월 수습기간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해지라는 명목으로 해고를 하였고, 이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군민여러분께 올리는 글 참조)

두 번째, 현재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되고 있는 임금을 10% 인상한 생활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덤프차에 지붕을 씌운 듯한 큰 직사각형 버스의 운전자가 받는 급여의 적용기준이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차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세 번째, 버스공영제를 통한 단일요금제 실현이다.

버스공영제를 통한 단일요금제의 실현은 영월교통지회 조합원들의 문제이기 이전에 영월군 전체의 문제이다.

버스공영제를 통한 단일요금제가 실현되면, 영월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상동까지 가는 것이나 영월읍내를 가는 것이나 같은 요금을 내면 되는 것이다.

인근 정선군의 경우, 버스공영제를 도입하여 무상버스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다(한겨레신문 8월 12일자 참고). 정선에도 기존 버스 운송회사가 있어서 노선 영업권 협상을 벌여야 하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추진하겠다고 한다. 영월군이 영월교통의 문제에 대하여 노사 간의 문제라고 뒤에 물러나 있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소멸위험지역의 우선순위에 있는 영월군 전체가 교통복지의 사각지대인 것을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어두운 밤, 경찰차의 경광등이 불을 밝히고선 88번 국도 4번째 교각을 바라본다. 인구 4만 명 중의 하나임에 분명한 그들은 교각 안 비트에서 내가 바라보고 있는 상현달과 목성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부엉이도 아닌데, 부엉이처럼 웅크린 채 긴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이 시간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상의 저녁을 거부한 채 하늘 가까이 올라간 저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암막 블라인드를 내리고, 깊은 숙면에 들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들의 연대는 거기서 시작이다. 당신과 같은 교각 아래 머물지 못하지만, 당신의 몸이 있는 곳에 우리 마음이 함께 하고 있다고, 같이 있어주지 못해 많이 불편하다고, 당신과 마찬가지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조용히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연대는 시작된다.

내가 서 있는 이곳도 청령포와 김삿갓면을 잇는 88번 국도 4번째 교각 안이라고, 당신들의 투쟁이 끝날 때까지 우리도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8월 22일 현재, 천막농성 86일째, 직장폐쇄 60일째, 고공농성 15일째이다. 이제 연대의 깃발을 올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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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아 reapg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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