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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기각 판결 선고를 듣고

기사승인 2019.08.26  17: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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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해우법률사무소 변호사)

경북노동인권센터 센터장

전)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어제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24법정에서, 2014년에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기소된 병합사건에 대한 1심 판결선고가 있었다. 나는 피고인석에 섰고 위은진 변호사가 함께 출석해주었다.

2014. 12. 19. 헌재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선고 관련 법정소동죄 기소의 건 – 재판을 방해할 목적에 대한 증명이 없어 무죄, 2015. 4. 18.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 이후 광화문 북단 시위에서의 민변 인권침해감시단 활동 및 같은 해 8. 15.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 종로2가 보신각 연좌농성 참여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 일반교통방해죄, 집시법위반죄(해산명령불응) 기소의 건 - 공소제기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어 공소기각.

무려 4년 이상 끌어온 형사사건 하나가 한 매듭을 짓게 되었다.

검찰은 다시 항소를 하겠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하다. 애당초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할 사안을 표적으로 삼아 법정에 세운 공안부 검사들과,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및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던 박근혜 정권에 맞선 끈질긴 법정다툼이었다. 일단 삼세판 중 1심 한판을 이겼다. 오래 걸렸지만 깔끔하게 ......

내 직업을 고려하면 지난 정권시절 관운이 차고 넘쳤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시작된 검경과의 악연은 박근혜 정권 때에 들어 더욱 심화되었다.

2009년 5월 14일 서울중앙지검 앞 용산참사 수사기록 은폐 검찰 규탄 기자회견에서의 체포연행, 2009년 6월 26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 인도에 체포 감금된 조합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 요구하다 체포연행(체포적부심 석방), 2013년 7월 25일 대한문 불법설치 화단 앞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집회에서 경찰의 집회방해에 항의하다 체포연행(구속영장청구기각), 2015년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 민변 인권침해감시단 활동 중 체포연행(구속영장 청구 기각), 2015년 9월 23일 민주노총 노동개악저지 집회 세종문화회관 앞 경찰의 폭력에 대한 항의 중 체포연행(구속영장청구기각)......

2009년 6월 26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사건은 2017년에, 2013년 7월 25일 대한문 앞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집시법위반 사건은 2018년에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되었다.

그러니 어제 선고된 사건은 법정에서 검찰과 맞붙은 세 번째 사건이었다. 이제 1심 판결이니 갈 길이 멀다. 이 세 번째 사건 말고도 또 한 사건(2014년 9월23일 공무집행방해 및 해산명령 불응 사건)이 2019년에 와서야 기소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권과 검경은 나를 경찰관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불법집회를 선동하며, 공권력에 도전하는 변호사로 낙인찍고, 기필코 구속‧처벌하여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판판히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내게 무죄를 선고했다.

어제 선고된 공무집행방해 등 사건은, 처음부터 기소하지 말았어야 할 사안이었다. 왜냐하면, 내게 폭행을 당했다고 했던 경찰관은 검찰조사에서 자신은 권영국 변호사에게 팔을 붙잡힌 사실은 있으나,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었고 폭행을 당한 사실은 없다고 분명하게 진술했다.

하지만,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인 위 경찰관의 검사 작성 진술조서를 숨기고 법정에 제출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의 노력으로 검사진술조서의 존재를 파악하고 재판부의 제출명령을 통해 받아냈다. 그곳에서 경찰관에 대한 폭행이 없었음을 피해 경찰관 자신의 진술로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독점되어 있을 때, 어떻게 남용되는지 확인시켜주는 한 예에 불과할 것이다. 애초에 기소되지 말았어야 할 이번 사안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 제기 절차가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란,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하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원칙이다. 법관에게 미리 유죄의 예단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그럼에도 검사는 공소장에 무려 2장 반에 걸쳐 피고인의 범죄전력(추후, 모두 무죄로 판결 받은 사항), 그 이전의 다수 세월호 집회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표현 등 피고인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기재하여 유죄의 예단을 부르고, 범죄의 실체 파악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덕지덕지 나열했다.

결국, 과도하고 무리한 기소는 어디에서도 표시가 나는 법이다. 죄가 되지 않을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조서를 감추고 기소를 함으로써, 검사는 객관의무를 위반했다.

사실상 무고죄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죄이다. 재판부(판사 장두봉)는 이유는 달랐지만 공소제기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음을 제대로 판단했다. 2002년 변호사가 된 이래 공소장에 불필요한 내용을 적었다고 해서 공소기각 판결을 한 예를 듣지 못했다.

교과서에만 나오는 얘기인 줄 알고 있었는데, 내 사건에서 “공소를 기각한다”는 판사의 낭독을 듣고, 잠시 귀를 의심해야했다. 이는 검찰을 크게 나무란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이례적인 판결 결과를 얻어낸 것은, 그 동안 헌신적으로 변론을 맡아준 변호인단 덕분이다. 주심 위은진 정병욱 하주희 변호사를 중심으로 구속영장 청구 당시부터 많은 민변 변호사들이 참여해주셨다.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당시 116인(?)의 변호사님들께서 선임계를 내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동료 변호사가 경찰과 검찰권의 남용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묻지마(?) 선임계를 내주었던 것이다.

이미 세상 사람들로부터 까마득히 잊힌 사건임에도 주심을 맡은 변호인들은 4년 이상 동안 언제나 처음처럼 충실하게 한 땀 한 땀 변론에 임해주셨다.

이번 판결 결과는, 그 변론으로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부한다. 이 지면을 빌어 최선을 다해 변론해준 나의 변호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9. 8. 23.

(지면상 법정소동죄 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루지 못했다. 2부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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