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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life, 生命)을 둘러싼 논쟁, 낙태죄와 비혼모의 아이 갖기

기사승인 2020.11.19  10: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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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온전히 자발적으로 가질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종교는 생명이야기다. 사회가 지금 생명을 두고 죽이는 문제, 낙태와 생명을 갖는 문제 비혼모의 아이 갖기 운동을 두고 논쟁이 한참인데, 종교는 한산하다.

논쟁 사이에 선 가톨릭 신앙인의 딜레마는 어렵다. 그런데, 생명을 죽이지 않고 보호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면 쉽게 풀릴 수도 있다.

2020년 10월 7일 정부가 발표한 낙태죄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따르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제269조(낙태)’와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는 그대로 두고, 대신 ‘제270조의2(낙태의 허용조건)’을 신설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면 낙태한 여성을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낙태수술을 집도한 의사도 처벌하도록 한 ‘낙태죄’는 그대로 두되, 다만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에 의학적으로 이뤄지는 낙태는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하고, 그 이후부터 임신 24주까지는 기존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던 낙태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를 추가한 안이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할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게 했다.

아울러 함께 개정되는 모자보건법에는, 낙태방법에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약물도 추가하고, 보건소와 비영리법인 등에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설치·지정해 사회·심리적 상담도 제공하기로 했다.

시술절차와 관련해 심신장애인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미성년자는 보호자의 동의 대신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시술할 수 있게 했고, 의사에게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낙태 진료 거부를 인정하도록 했다.

정부에서는 “헌재 결정에서 언급된 실제적 조화의 원칙에 따라,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개선방안”이라고 설명하며 내놓은 안이지만, 곧바로 생명운동과 여성운동 양쪽 모두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태아의 생명운동에 앞장서는 쪽에서는, 대부분의 낙태가 사실상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정부의 개정안이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하던 여성운동 쪽에서도, 기준이 정확하지도 않은 임신주수를 기준으로 낙태 여성을 처벌하는 낙태죄를 되살려낸 것은 역사적 퇴행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입법예고안이 최종 법안이 아니고 연말까지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입법이 이뤄지겠지만, 현재 정부의 안은 양쪽의 의견처럼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이 첨예한 논쟁의 한복판에서 가톨릭 신자들을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교회와 여성운동이 서로 양극단의 대표로 자리하면서, 교회는 여성운동을 태아살해의 주범처럼, 여성운동은 교회를 여성억압의 주범처럼 여기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8월 말 한국천주교회는, 인간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존중받아야 하는데 낙태죄의 폐지가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낙태죄 완전 폐지 입법 추진을 강력 반대한다’라는 성명서를 주교단의 명의로 발표했다.

이에 맞서듯 한 달 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에 여성계 원로 100인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는 비혼모 출산 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사유리는 11월 16일 방송과 이튿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 4일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2019년 10월 산부인과에서 난소 나이가 48세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자발적 비혼모’라는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자발적 비혼모는, 결혼하지 않고 자발적 의지로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 키우는 여성을 말한다. 외국에선 ‘초이스 맘’으로 불리는데,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2008년 방송인 허수경 씨도 비혼 상태에서 정자기증을 통한 시험관 아기 출산 소식을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엔 결혼은 싫지만 아기를 갖고 싶은 여성을 설정한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까지 방영됐다.

사유리의 출산 소식이 알려지기 몇 시간 전, 정부는 보호출산제 검토 방침을 밝혔다. 입양 전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제도가 산모의 개인정보 노출 우려로 입양 대신 영아 유기·살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진 데 따른 대책이다.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생명은 더할 수 없는 축복인데, 어떤 생명은 고통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와 ‘보호출산제’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핵심은 자발성이다.

사유리가 출산 후 “낙태뿐만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다”며 ‘낙태’를 언급하면서 ‘낳지 않을 권리’와 ‘낳을 권리’를 짝지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아가 생명윤리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법이 결혼 관계 내에서만 출산을 정상적이라고 보는 잘못된 인식이 담겨 있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성이 임신을 위해 정자를 받으려면 법적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실상 비혼 여성은 정자를 받아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불임 부부라도 기증자, 기증자가 기혼자라면 기증자의 배우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한편, 스웨덴과 영국, 미국 등에서는 배우자의 동의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프랑스에서는 미혼이거나 동성애자의 경우 정자·난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정 배우자 동의가 필요하다.

생명이란 생물이 살아서 숨쉬고 활동할 수 있는 힘이다. 모든 생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이다.

유신론자들은 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왔다고 생각하고, 유물론자들은 화학분자로 생각한다.

F.엥겔스는 “생명이란 단백질의 존재양식이다.”라 정의했는데, 이 정의는 물질대사를 생명현상의 기본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정의는 생물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대사는 효소라는 단백질이 주체가 되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생명이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들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학자들은 최초 박테리아 화석을 35억 년 전으로 추정한다. 일반적 설명은 번개가 바다를 쳐서 생물이 등장할 수 있는 원시적 화학성분들의 결합물이 되었다는 ‘원시스프’이론과 같은 이론이 있다.

특히, 미국 옐로우스톤과 같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지열웅덩이의 뜨거운 물방울에서 원형세포가 등장했다는 것이 최근 가설이다. 이 방울은 탄소, 수소, 산소, 인, 유황 그리고 질소로 이루어졌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동일한 유전정보, 즉 똑같은 생화학 원소를 공유하기 때문에 하나의 공동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

그 후 단백질, 핵산, 그리고 유전암호를 통해 한 개의 막 안에 5000개의 단백질, 그리고 DNA와 RNA를 지닌 눈으로 볼 수 없는 지극히 작은 자기보존체제가 되었다. 지구에서 최초의 생물이 이같이 등장했다고 추정한다.

신화에도 생명의 등장 이야기가 많다.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씨앗에 존재하는 생명력의 생존기간에 대한 연구해왔다. 그들은 지구표면의 20%나 차지하는 시베리아와 같은 영구동토층의 노출로 드러난 씨앗을 통해 눈에는 볼 수 없는 생명력을 경이롭게 추적하였다.

생명력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실증적인 사건이 2012년에 발견되었다. 러시아 학자들은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서 ‘실레네 스테노필라(Silene Stenophylla)’라고 불리는 시베리아 토종 꽃 씨앗들을 발견하였다.

다람쥐와 같은 설치류가 겨울을 나기 위해 콜리마 강 둑 근처 땅에 이 식물의 씨들을 다발로 숨겨놓았다. 그들은 이 씨앗을 영구동토층 지표면에서 38m 지점에서 거의 진공상태로 발견하였다.

탄소연대측정에 의하면, 이것들은 3만2000년이나 되었다. 그 주변에서 빙하시대 동굴벽화에 자주 등장하는 맘모스, 들소 그리고 코뿔소 뼈가 흩어져 있었다.

학자들은 다람쥐가 갈아먹지 않는 온전한 씨앗을 유리관에 배양하였다. 그들은 생명력이란 씨앗이라는 물질 속에 존재하는 영구적인 어떤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의 신념이 없었다면, 이런 시도는 비이성적이다. 이들의 믿음이 확인 되었다. 3만2000년이나 된 씨앗 안에 존재한 생명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겉보기에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것 같은 딱딱하고 말라 비틀러진 씨앗이 움직였다.

그 안에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오랫동안 보전한 생명력이 3만년이라는 바다와 같은 시간을 건너 생존하였다.

그전에 발견된 가장 오래된 생명력을 가진 씨앗은, 이스라엘 마사다에서 발견된 2000년 전 대추야자나무 씨였다.

‘실레네 스테노필라’의 씨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나를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거룩한 씨앗’이 존재한다.

한국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생명을 귀중히 여겨야 하고, 여기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성들이 편견·관습 또는 법, 양육 환경에 매이지 않고 결혼과 임신, 임신중단, 출산 등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온전히 자발적으로 가질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부모로서의 자격 검사도 필요하다.

아이, 부모, 사회 모두 행복하게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 현안인 저출생 문제 해결 열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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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jwd3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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