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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는 안 된다고 호소하는, 반달가슴곰 한 쌍!

기사승인 2020.12.27  11: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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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6일,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반달가슴곰 두 마리 찍힌 영상 공개돼!

나는 반달가슴곰의 눈을 보고 그만 반해버렸다. 깊고 맑고 투명한, 자연의 신비를 담은 그 눈.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활동가

단군신화의 주인공인 반달가슴곰,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29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 부속서Ⅰ등급, IUCN 적색목록(Red List) 취약종 등으로 불리는 그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몸속에 값비싼 웅담을 지닌 보신용’ 동물이었을 뿐이다.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이전, 위험한 야생동물이라고 하여 한반도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은 1300여 마리에 달한다.

1950년 이후에도 한국전쟁, 산업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웅담 채취 등으로 사라진 반달가슴곰이 1970년 현재 지리산에서만 약 200마리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1982년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돈 되는 불법밀렵의 대상이었다.

반달가슴곰을 원하는 사람들, 그들은 40~60g 나가는 ‘곰의 간’을 탐한다. 단지 어떤 동물의 간이 보신에 이유로, 총, 함정, 올무, 덫 등 온갖 살상용 도구를 이용하여 죽여서 그 간을 꺼내는 존재, 이 지구상에 ‘인간’ 말고 또 있을까?

▲ 2019년 삼봉산에 설치한 무인센서 카메라에 찍힌 반달가슴곰 KM-86 @사진제공 ;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

한반도 남쪽에서 그렇게 사라지던 반달가슴곰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한 건, 지리산에 설치한 한 방송국의 ‘무인센서 카메라’(이하 카메라)에 야생 반달가슴곰이 찍히면서였다. 2000년도의 일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되었다.

혹자는 말한다. ‘여기에 살지도 않던 동물을 왜 다른 나라에서 데려다가 풀어놓느냐’고.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여기 살던 반달가슴곰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10마리도 아니고, 100마리도 아니고, 적어도 1,000 이상을 우리가 죽였고, 그래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반달가슴곰을 입으로는 ‘민족의 어머니’라 말하면서도 그 웅담을 얻기 위해 살상해온 우리의 역사, 그 역사에 대한 반성이고, 추악하고 잔인해진 인간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복원사업을 통해 간신히 명맥을 이어준 반달곰들을 위협하는 불법밀렵, 서식지 부근 난개발 등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때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또한 우리의 힘이 미약함에 절망하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가 절망하는 순간마다 신기하게도 반달가슴곰이 나타나, 우리 대신 사회에 경종을 울려 주었다.

2018년 ‘반달가슴곰 KM-55’(이하 반달가슴곰 개별 개체를 표현할 때는, KM-55 방식으로 표현)는 올무, 덫 등 잔인한 수렵도구 금지와 수거에 미온적이던 인간 사회를 향해 외쳤다.

▲ 2018년 백운산 골짜기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된 반달가슴곰 KM-55 @사진제공 ;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

불법 수렵도구를 없애달다고, KM-55는 백운산 골짜기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참혹한 모습을 통해 그렇게 절규했다. 환경부는 그 사건을 계기로 법을 개정하여 모든 올무와 덫을 불법화했다.

2018년 지리산에서 100km나 떨어진 수도산으로 KM-53이 발견되었을 때, 야생동물 전문가라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 곰은 일반적인 곰과는 다른 완전 ’또라이‘ 곰이라고, 잡아들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아니면 계속 사고만 칠 것이라고.

논란과 논쟁의 그 순간,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에서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이 찍혔다. 이 곰은 나중에 KM-86으로 이름 붙여졌다.

KM_86은, 우리 반달가슴곰들은 또라이가 아니다. 단지 배우자를 찾아, 먹이를 찾아, 다른 삶의 터전을 향해 떠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와 반달가슴곰 한 쌍이 찍한 곳은, 직선거리로 413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제공 ;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

그리고 2020년 12월 16일,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투쟁에 지쳐 있던 우리에게 또다시 흥분되는 소식이 날아왔다.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최단거리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이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찍혔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2020년 7월 26일 오전 6시 46분에 촬영된 것인데, 12월 16일에 공개함)

▲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무인센서 카메라에 찍힌, 반달가슴곰 KM-61(2020년 7월 26일 오전 6시 46분 촬영됨) @사진제공 ;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
▲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무인센서 카메라에 찍힌, 반달가슴곰(2020년 7월 26일 오전 6시 46분 촬영됨). 이 곰은 야생 반달가슴곰 일 수도 있다. @사진제공 ;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

영상분석결과에 의하면, 반달가슴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KM-61로 복원사업을 통해 지리산에서 출생한 수컷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에서는 발신기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리산에 원래 살던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지리산 형제봉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은 이곳은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가 아니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니 사진 속에 등장한 이 한 쌍의 반달가슴곰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거짓말 하지 마라. 지리산 형제봉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고, 그곳에서 우리는 짝짓기를 하고, 겨울잠을 나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고, 그러니 제발 이곳은 빼앗지 말아달라고.

이제 우리는 반달가슴곰의 메시지를 받아 관계당국에 다시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리산 형제봉 개발을 추진한다면, 그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국립공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동식물, 보호지역 등과 관련된 법과 제도, 정책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라고.

현재 단계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핵심이 되는 것은, 반달가슴곰들이 살 수 있도록 서식지를 보호하고 넓혀 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정부는, 대기업들의 이해와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반달가슴곰이 자리 잡고 살아갈 땅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파괴해도 괜찮다는 그러한 행태에서, 인간의 보신에 좋다는 이유로 반달가슴곰을 살상하여 웅담을 끄집어내던 그 추악한 탐욕의 행위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나는 우리 인간이 풀과 나무, 동물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길러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양심이 있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일 수 있도록,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땅은 그대로 놔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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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선 kingsj878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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