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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관한 성찰

기사승인 2022.11.25  12: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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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저는 환경 분야, 순환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그런 것에 관한 공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경제학의 역사라고 하는, 과학이라기보다는 문헌학(philology)에 속하는 분야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수집하고 독서를 했습니다. 말하자면 경제학이란 과학에 대한 과학사를 공부한 셈입니다.

그중에서도 경제학이란 과학은 20세기에 들어와 경기변동 현상을 둘러싼 예측에 관한 기법을 통계학과 확률론에 관한 지식을 기초로 해서 발달시켰습니다.

이에 관심을 가지고서 경제예측에 관한 지식체계의 발달과정에 대하여 과학사적으로 정리하는 논문을 쓰고 싶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대한 분야를 요령 있게 정리할 능력이 모자라기도 했고 또 지도교수의 권유로 실용적인 분야를 찾아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은 보험 경제학 쪽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노동자들의 작업현장에서의 위험에 관한 분야인 산업재해와 산재보험을 이론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공부를 하는 사회적인 의미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 분야를 공부하기로 했었습니다.

미시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 불확실성 하의 의사결정이론 같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고도로 추상적인 이론들을 연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위험에 관하여 주로 규명하려고 한 것은,

첫째 작업현상에서의 위험도 환경문제에서처럼 외부효과가 발생되고, 위험의 비용이 사회로 전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는 학자들이 문헌상으로 있었지만, 논문의 심사위원 중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분도 계셨습니다.

위험의 사회적 전가 문제는 원자력 손해배상법상의 책임보험에 관한 문제에서 그 비용이 사회로 전가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분명히 있는 것이고, 산업재해 역시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부정하지 못합니다.

둘째, 수학적인 모형을 사용해서 위험을 사회적으로 담보하는 산재보상 수준이 높을수록 작업현장에서의 안전율이 높아진다는 인과관계를 규명하려고 했습니다.

이 역시 레옹 발라와 같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체와 노동자 간의 위험에 관련된 행동을 수학적인 논리로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위험의 인식에 따른 합리적 의사결정 문제에서, 사람들에게는 기대효용이론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일어나지 않고, 위험도의 식별에서 왜곡이 일어나게 되며, 이에 따라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게 되며, 사회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에 관한 확률지각 이론을 분석했습니다.

이것은 불확실성 하의 의사결정 이론에서는 오래 전부터 많이 지적되어 온 문제입니다.

저는 위험에 관해서는 낙관론으로 모험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예방을 하는 보수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는 측면에 서서 낙관론적인 논리들을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 문제를 다룰 때 중요해집니다.

핵발전소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사고 위험에 대한 반응과 인식의 왜곡이 커서 합리적인 경우보다 위험성을 확대해석하는 현상이 있다고 봅니다.

유럽의 택소노미 제정과정에서 마련된 기술평가보고서에서도 그런 식으로 기술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기술평가보고서는 근거가 취약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자료들을 가지고 뒷받침을 하고 있어서 부실한 보고서라고 보지만, 저는 위험에 대한 낙관주의와 공리주의적 해결방식 그 자체가 위험하다고 보는 생각을 가지고 그런 생각하는 하는 학자들을 비판했습니다.

넷째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에 관한 사회윤리적인 규범론을 전개하고 비용-편익 분석이라는 평가도구를 적용하는 것의 한계점을 지적했습니다.

20여 년 전에 이러한 논문을 작성하던 당시에 주류 이론을 비판하는 그런 이론적인 관점에서 산업재해 문제를 고찰한다는 것은 학계에서 환영받기 어려운 일이었고, 사회적인 위험으로서의 작업현장의 위험에 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깊이 있게 이론적으로 성찰하는 글이 있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부를 하고서 노동 분야가 아닌 환경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제가 그 후 깨우친 점은 노동이나 환경이나 모두 생명에 관한 주제이고,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자 개인이 부딪치게 되는 개별 작업현장에서의 위험한 환경과 상황도 하나하나가 다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이지만 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막는 힘이 체제의 문제로서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핵발전의 문제에서 보듯이 이 산업사회 자체가 생명의 위험 문제에 대하여 안이하게 생각하도록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붕괴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며, 그렇다가 붕괴의 위기가 닥치게 되면 이를 만회하는 힘들이 작동하게 된다는 이론을 전개한 사람도 있지만, 이 사회 시스템 자체가 우리에게는 위험 인자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균형적이고 위태롭게 작동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에게 공포와 스트레스를 가하고, 생태환경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저개발국가에 불행을 가져다주어 위기를 넘기는 일이 계속 반복되며 급기야는, 기후재앙의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 현실에서 위험을 대처하는 민주주의적인 방식이 필요하고, 이를 성찰적 근대화라고 부른 울리히 벡의 생각이 독일에서 1986년도에 벌써 제기되었는데, 이마저 우리나라 지성계에서는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 버린 듯합니다.

작업현장의 위험, 생태환경에서의 생명체들의 위험 그 밖의 모든 위험의 문제를 취급하는 태도와 방식을 민간 보험산업의 관점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이런 위험들에 대한 현 정부의 무책임한 입장이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반정부적인 쪽으로 가게 만드는 부조리를 우리들은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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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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