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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우월한"

기사승인 2022.12.30  14: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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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어제 안중근 의사의 삶과 죽음을 악극 형태로 풀어낸 영화 ‘영웅’을 관람하고서 들었던 강한 생각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이끌어 온 것은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들이 아니고 나라의 혜택을 받지 못한 민초들의 의지 그리고 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었다는 것입니다.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이웃 나라의 국력을 총동원한 조직적인 힘에 대항하여 별로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영화에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의 북한 무인기 남한 영공 침투 사건 후에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가 평화를 가져오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국가 공권력으로 무질서와 사회 교란을 야기하는 세력들을 일망타진한다는 사직당국 관료의 철학이 그대로 담긴 표현이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기관 안에서 일해 온 마음 가짐을 반영하는 것인데, 그것은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공권력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제의 식민 통치로 뒤틀린 이 나라의 역사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공권력을 배경으로 일해 온 자들은 상당 기간 백성들을 위해 일한 사람들이 아니라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 이들을 수탈해 온 일제의 식민지 지배자들이거나 그 하수인들, 독재정권의 공직자들이었습니다.

그때도 무질서를 압도적으로 우월한 힘으로 억누르려는 의도가 강했기 때문에 연상 작용에 의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의 표현은 그의 정신적 계보를 역사적으로 힘을 가지고서 약자들을 억누르고 수탈한 식민주의 세력에 연결시킬 유혹을 느끼게 만듭니다. 물론 이는 지나친 일일 것입니다.

다만, 압도적 힘을 가진 측에서는 모든 기존 질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에 대해 무질서를 야기시키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이를 힘으로 억누르려는 경향을 지닙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 자체가 기존 질서의 문제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윤석열 정부의 탄압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모두 체제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인 것은 아니지만 노동운동단체나 시민단체들의 상당수는 기존의 낡은 사회경제적 관행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모든 움직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하는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고 공권력으로 탄압하려고 한다면, 국가가 하지 못하는 사회를 위한 공적인 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의 싹을 없애는 것으로서, 그 공권력은 결국에는 ‘영웅’의 주인공인 안중근 의사가 맞서서 대결한 문명을 가장한 거대한 반(反)평화세력에 속하게 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내의 환경부는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순환경제 신사업 발굴 및 기업 역량 강화 지원 사업을 주요한 정책분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말하는 순환경제는, 시장경제 내에서 발생한 쓰레기 문제를 잘 해결해 보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지, 순환적인 원리에 따른 시장경제에 대한 대안 경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원자력이라는 거대한 전기 생산 인프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그 발전소가 설치된 지역의 자연생태적인 순환 체계를 파괴하고 순환경제를 정지시키는 것을 대가로 전력을 타 지역으로 송출하는 구조입니다.

또 해외에 무기를 수출하는 이른바 방위산업을 촉진하려고 합니다. 방위산업이라는 것은 정직하게 말하면 전쟁산업이고, 이는 타국의 사회 인프라를 인위적으로 파괴하여 차후의 토목건설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거대한 물자의 낭비를 유발하는 인위적인 순환을 일으킵니다.

이런 것들과 공존하는 순환경제는 전형적인 언어의 오염 형태이고 그린-워싱입니다.

자본에 의한 시장경쟁의 원리가 아닌 자연적인 물질 순환에 의한 상생의 원리에 기초한 순환경제 수립을 목표로 노력하는 연구자들, 사회적 경제 기업가들은 압도적으로 우월한 시장경제와 국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저항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므로 자발적인 노력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역량을 투여하여 사회적인 목표를 위해 공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압도적으로 우월한 국가나 시장의 힘에 의존해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고 반체제적인 일이며,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사회를 혼란시키려는 세력의 일로 의심이 됩니다.

이처럼 별로 승산이 없는 일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순리에 따르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환경제의 방향은 생태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고 경제이론상의 근거를 가지고 있거나 적어도 직관적으로 맞는 방향입니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힘에 의존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이에 주목하지 못하고 미미한 움직임일지라도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집권세력은 압도적으로 우월한 힘의 배경을 믿고서 정치를 해 나가서는 안 됩니다.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지키려는 생각과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미래의 방향을 찾으려는 생각이 적어도 균형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나라의 통치권자에게 상당한 철학적인 수준과 넓고 깊게 바라보는 능력을 턱없이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그럴 수준이 안 되는 대통령이라서 문제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강력한 조직체의 하급 기관원 정도의 정서와 태도를 가지고서 나라의 일을 통괄하려고 하는 것이 위험 수준이라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시 110여 년 전 ‘영웅’의 시대로 돌아가서 민간인들이 나라의 운명을 위해 공적인 행동으로 나서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그렇게 민(民)이 자주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이 나라의 역사에서 체질화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고통스럽기도 하고 백성들의 역량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거의 아나키즘에 가까운 민주주의적인 참여정신을 얻어간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2022년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언제나 그래 왔지만 올 한 해 동안 엄청난 학습을 했습니다.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국민이 이제는 거대한 조직과 압도적인 힘 안에서 살아온 관료생활 경험자들을 무턱대고 신뢰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더 예리한 눈으로 충분한 소양을 갖춘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할 것입니다.

물론 대의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맡겨 두지는 않을 것이고, 일반인들이 공적인 대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습관은 계속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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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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