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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환경 개선의 중요성

기사승인 2023.01.13  12: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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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제가 자주 소개하는 그로스만의 붕괴이론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율이 낮아지는 것, 이들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가 높아지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앞당긴다는 결과가 됩니다.

노동조합의 임금투쟁이 사회주의 혁명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반대로 노동력의 가치를 낮추는 식량생산 등의 분야에서의 혁신을 통해 착취율을 높이는 것은, 자본주의의 붕괴 위기의 도래시기를 뒤로 늦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는 생활조건에서 혁명의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과는 반대되는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노동자들의 사회복지를 높여주는 것을 사회주의 혁명을 방지하고 자본주의를 개량하여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생각하며, 사회주의자들도 그런 식으로 이런 노력을 개량주의적인 것으로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로스만의 이론과는 맞지 않습니다.

지난 12일 한겨레 신문에 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업한 청년들에 관한 기사의 한 대목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터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을 묻는 문항(복수 응답)에선 ‘맡겨진 업무와 나의 적성’(32%)이란 답이 가장 많았다.

월급여(26%), 노동시간(26%), 휴일근로(16%) 등이 뒤를 이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현재 일자리를 적성, 직무 때문에 선택했더라도 임금, 노동조건 등이 더 나은 일터로 이동하는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현 직장을 거쳐 가는 정거장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놓고 작은 사업장의 ‘인력 운용 방식’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설문조사를 진행해온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최한솔 노무사는 “큰 회사는 청년들을 채용하지 않고 사람 수를 줄이려 하고, 소규모 사업장은 청년들을 저임금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직업계고를 졸업한 고용보험 가입자 중 70%(1만5819명)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2022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

 

이 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자본의 구성(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비율)이 높아져서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대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대기업과 하청관계를 맺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다량 고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런 방식으로 유지되고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높이는 개량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개량에 의한 체제 유지를 말한다면, 그것은 소수의 대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조건이 체제의 보편적인 모델 내지 목표로 혼동되는 환상에서 비롯된 오해일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청년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소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고통스러운 노동조건으로부터의 해방을 구가하는 구조입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작업조건은 그야말로 자동화와 기계화가 필요한 도금 작업, 프레스, 선반 작업 등을 수행하는 위험하고 유해한 작업환경이면서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자동화 시설의 설치가 어렵지는 않지만 투자해야 할 자본의 규모가 커서 시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 쓰레기 선별 처리시설도 수작업에 의존하면서 자동선별장치가 마찬가지로 잘 도입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작업환경들, 이러한 일자리들을 시설투자에 의해 대체해 나가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실직의 충격을 줄 수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일입니다.

노동자들이 사업장 운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건에서 이런 개선들이 점진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것은 자본주의적인 산업운영을 계속 유지시키는 ‘당근’이 아니라는 것, 이런 개선이 도입될수록 자본과 임금노동으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가 앞당겨진다는 것이 자본주의 붕괴이론이 가지는 함의입니다.

생태환경상의 위기에 관해서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핵발전소에 의한 전기에너지의 공급,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전기에너지에 의한 인공지능에 의존한 스마트공장의 가동은 생산설비의 규모를 극단적으로 대규모화하고 가동 인력을 최소화하는 자본주의자들의 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인프라를 유지하는데 소모품처럼 소비되는 인력들은 전면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엄연히 존재합니다.

더구나 핵 발전의 쌍생아인 핵무기 시스템 그리고 인공지능의 중요한 응용분야인 군사용 로봇과 드론은 전쟁을 쉽게 일으키게 만들고, 사람들을 쉽게 땅 위에서 쫓아내고 제거할 수 있게 만들며, 시민들에 대한 국가의 물리적 위력을 극대화합니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기술적으로 유지되어 가고 있는 형태가 이런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소모품 취급을 받고 있는 피폭노동의 노동자들, 우라늄 광산 등 자원채굴 지역의 파괴와 열악한 노동조건, 군사용 인공지능의 파괴적인 영향에 대하여 고발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움직임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것으로 새로운 대안 체제를 가져오는 것을 늦추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분이 좋지 않게 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비인간적이고 파괴적인 생산 시스템이 체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지금의 기후 재앙과 생태계 파괴의 위기에서 사실은 노동자들이 살아가는데 더 행복을 느끼도록 해 주고 일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해 주는 것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행복에 대한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은, 현 체제의 개량과 유지를 향한 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체제로 넘어가는 갈림길에 빠르게 도달하는 일입니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냉난방 측면에서 열악한 작업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탄소배출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좋은 작업환경을 보장해 주도록 촉구하고, 불가능하다면 생산방식을 바꾸어서 열악한 작업환경 자체가 없는 쪽으로 가도록 하면서 이 과정에서 일자리의 문제는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는 문제로 사회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길이고,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산업 시스템을 대체하는 길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재앙의 위기에 대한 대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냉난방을 줄이는 방식으로 또는 몸이 고생하는 것을 감수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적인 생산관행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후생과 일하는 과정에서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동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구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사람들의 의식(意識)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가 주는 고통을 노동자들이 더 잘 견디게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자본주의는 더욱 오래 유지됩니다.

위기의식의 함양보다는 행복의식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이, 인류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옮겨가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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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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