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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는 ‘진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3.01.26  14: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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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노동•정치•사람 운영위원

진해드림요양병원 원장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의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건설단체 공동성명> 발표가 있었다. 건설 노동자의 집회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손피켓이었지만, 이 날만큼은 낯선 구호가 적혀 있었다. “건설노조 불법행위 뿌리뽑자!”

불법행위를 해도 되는, 불법행위를 해도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이나 단체는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이들은 그 중에서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만 골라서 맞서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 짐작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단견이다.

이 구호를 외친 이들이 건설노조든 건설사든 건설현장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건설 현장을 둘러싼 온갖 건설단체의 연합회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법을 어기는 불법행위는 재하도급 금지 위반이다. 특별히 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도급을 받은 자는 건설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할 수 없다는 법령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3항에 적혀있다.

하지만, 건설 현장은 ‘건설산업기본법’이라는 법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시다오케, 오야지 등 불법 하도급을 전문적으로 일삼아 건설 노동자에게 중간수수료를 떼어가져가는 중간착취 행태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불법행위가, 부당한 착취 구조의 만연이 건설현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화물운송, 서비스업 인력 파견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다단계 하도급이 이른바 ‘국룰’처럼 통용되고 있고, 그 사이 수수료만 챙겨가는 중간 착취자들만 배를 불린다.

이런 공공연한 불법 관행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 건설 노동자의 중간착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건설노조가 강구한 대책이 조합원 채용 요구이다.

간단히 말해 가만히 않아 유통마진을 누리며, 공사 단가만 올려놓는 중간 단계를 끊어내고 원청 건설사와 건설노조가 직접 만나 근로제공 계약을 직거래하자는 말이다.

문제는 건설사가 직거래, 즉 조합원 직접 채용 보다는 불법 하도급을 선호한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해도 직접 채용하면 건설사 책임이지만 불법 하도급을 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50명 고용을 5명씩 10팀으로 쪼개기하면 사업장 규모가 작아져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대상이 돼서 노동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면 공사기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공사기간의 연장은 그 기간만큼의 이자 부담을 의미하는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지킨다는 건 기대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것이 중간 수수료 만큼의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불법을 선택하는 것이 평범한 일이 되어버린 건설 현장의 현실이다.

원청 건설사와 건설노조가 직접 만나 이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법을 도출하자는 것이 산업별 교섭, 이른바 산별교섭의 핵심 취지이며, 바로 이 산별교섭이 건설노조의 핵심 요구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한 노동개혁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무엇인가에 ‘노동개혁’이라는 말이 붙어야 한다면, 원청 건설사와 건설노조가 산별교섭으로 건설 현장의 부조리를 풀어나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노동개혁’이 아니고 무엇일까.

원청 건설사들은 이 노동개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불법 하도급을 유지한 채 건설 노동자에 중간 수수료 부담을 안겨주며 공기 단축의 꿀단지만 끌어안고 가려는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눈감았다. 건설사의 불법에는 애써 등돌리고 그 모든 죄와 책임을 건설노조에 뒤집어 씌우려고 작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날 아침, 전국의 건설노조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막론하고 정부의 갑작스런 압수수색에 속수무책 당하며 불온한 자들의 대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건설사는 이윤에만 혈안이 된 기업이니 그렇다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이런 부조리의 타파를 위해 나서야 할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건설노조에 힘을 실어 불법을 근절하고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솔선해야 할 정부는, 돈에 굶주린 건설사 좀비에 물리기라도 한 듯, 노조 불법, 노조 비리만 외치며 노조 탄압에만 열중하기 시작하고 있다.

간혹 먼저 폭력을 휘둘러놓고 폭력을 당했다며 피해자 행세를 하는 파렴치한들의 폭력사건 소식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사건 들은 뒤늦게 CCTV 영상이 발견되어 진실이 밝혀지면서 피해자 사칭의 기만이 드러나는 사례다.

건설사와 건설노조, 둘 중 누가 더 불법을 근절하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우리는 아직 건설현장을 충분히 잘 알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만히 앉아 우리 눈과 귀에 닿는 내용만 가지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

뒤늦게 드러난 CCTV 영상처럼, 건설 현장의 모순과 이해관계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누가 죄인인지를.

만약 건설노조의 잘못이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그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그 잘못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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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yetchihg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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