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좌파정권이 대세입니다.
이 나라들은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와 함께 전세계에 화석연료와 농산물, 목재, 지하자원을 공급하는 자원부국들입니다.
▲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노동당 생태평화위원회 운영위원 |
이런 나라들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나라들이면서도 서방의 식민지 시대부터의 정치경제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저렴한 노동력에 의한 자원 채굴에 종사하면서 생태계의 파괴를 겪으며, 서방세계에 많은 빚을 져서 그 부담으로 인해 자원을 수탈당해 온 나라들입니다.
이런 신식민지주의의 역사를 종식시키려는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좌파정권들이 이 지역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의 나라에서도 최근 수년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반서방 정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역시 이런 나라들의 자원이 풍부한 자연조건이나 역사도 남미의 나라들과 비슷합니다.
생태사회주의는 이런 남미 나라들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인 방향이 됩니다. 그 용어를 쓰든 쓰지 않든 사회와 정치의 민주화를 달성하고, 생태계 파괴로 삶의 터전이 위태로워진 토착민들과 노동자들, 빈민들에게 풍부한 자원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면서도 자원채굴주의(extractivism)를 벗어나 환경을 보전하고, 에너지 전환을 이루며 전세계의 기후 정의에 기여하려는 정책들을 세우고
집행해 나가는 데서 필요한 기초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라들이 자원을 수탈당하지 않고, 다국적 기업들 손아귀에 있는 채굴산업들을 국유화하며, 식량주권을 내세우게 될 경우 저렴한 자원 조달로 그동안 물질적인 부를 이루어 온 서방의 여러 나라들은 원료조달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어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우리나라도 미국 패권에 의존하여 전세계의 자원부국들로부터 저렴한 원료를 공급받아 주로 정제(精製) 산업이라는 성격의 수출산업으로 경제발전을 해 온 나라이고 지금도 그런 산업에 매달리고 있어서 자원, 에너지 다소비형의 석유화학, 반도체, 조선, 철강 등의 주력산업은 앞으로 전망이 결코 밝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산업구조의 전환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원료가격 상승으로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에 따라 그 압력이 노동자들의 인건비로 전가되어 극심한 임금 삭감을 위한 파시스트 성격의 국가정책이 대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계급투쟁이 격화되면서 이를 틈타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닥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전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좌파 정권이 들어선 나라들과 친선관계를 가지기가 쉽지 않고, 전쟁 중에 우리나라가 취한 입장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악화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전 세계적인 변화로 지금까지와 같은 모습의 경제구조는 어려움에 빠져들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산업계에 포획되어 있는 정부나 대학에서 지금까지의 주력산업 치중 정책을 전환하여 친환경적인 산업구조 전환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는 움직임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진보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이라도 장차 닥치게 될 미래에 대한 합리적 예측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생태사회주의라는 것이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 지형에서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당연히 실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는 앞으로 전세계의 정치경제 질서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중남미의 수많은 지역과 시민 조직들이 참여하는 <생태사회 협약> 운동을 출범시켰고, 이는 기후변화 시대에 전세계의 사회변화를 촉구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문서를 소개합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문화 간 협정을 위해 오랫동안 엘리트들은 시장과 자본주의 축적의 거대한 기계는 멈출 수 없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러나 멈출 수 있다는 것,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 비상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팬데믹으로 드러난 위기는 불평등을 악화시켰으며 우리의 미래가 위태로워졌음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격리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전염병, 억압, 기아에 직면해 있다. 원주민과 아프리카계 라틴 아메리카 민족은 새로운 절멸의 물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가부장적, 인종차별적 폭력과 여성살해가 증가했다. 한편, 기존 및 신생의 강력한 그룹은 "정상으로의 복귀" 또는 "뉴노멀"이 자신들의 특권을 박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상 사태를 활용하고 있다. 팬데믹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이며, 우리는 그 고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자본주의가 중단된 상황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즉, 생명 돌봄을 기반으로 우리의 미래를 건설할 기회인 것이다. 자연은 여전히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지만, 이러한 강제된 브레이크는 특히 CO2 배출 감소로 인해 생태계 파괴 속도를 늦추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 세계 중산층은 환경 파괴를 일으키고 지구상의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무절제한 소비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집단적으로 깨닫고 있다. 그들은 행복과 삶의 질이 신뢰할 수 있는 돌봄 관계 네트워크에서 사는 것과 같이, 물건을 소유하고 축적하는 것보다 더 삶에 유관한 차원들을 갖고 있음을 보고 있다. 농촌 생활, 공동체 의식, 돌봄과 호혜관계가 삶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는 것, 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본에 따라, 자본을 위해 살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는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 외부의 네트워크에서의 직접 거래와 물물교환이 우리의 기본적인 요구 사항 중 많은 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이 미래를 위한 자리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제도적 환경에서도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거나 실행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아이디어가 이제 전 세계의 주요 의제가 되었다. ECLAC와 같은 경제 기관들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정부들에게 부끄러운 불평등에 대응하고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유세를 도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북반구에서는 사회 및 정치 운동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회 정의와 환경 정의를 통합하는 새로운 글로벌 생태사회적 협약을 위해 싸우고 있다. 다양한 맥락에서 공동으로 개발된 제안을 받아들여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를 위한 사회, 생태, 경제 및 문화 간 협약을 제안하고 있다. 이 협약은 현재 정부들에 제시된 요구사항 목록이 아니다. 그 대신, 이는 집단적 아이디어를 구축하고, 사회 변화를 향한 공동의 길에 동의하며, 우리 사회의 모든 다양한 부문에서 공유된 투쟁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라는 초대이다. 이는 사회 운동, 자치단체별 조직, 노동 및 주민 조직, 지역 사회 및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변화에 전념하는 대체 지방 정부, 국회의원, 치안 판사 또는 공무원들에게 국민 투표, 입법 제안, 그리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조직화되고 동원된 사회 구성원이 기존 제도에 이러한 변화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기타 많은 전략을 통해 힘의 균형을 바꾸도록 촉구한다. 따라서 아래에 설명된 요점은 재분배, 성별, 인종 및 환경 정의를 연결하려고 한다. 그 중 일부는 공공 기관의 주도적인 역할을 더 많이 구상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아래에서 개발되어 수평적으로 확산되는 사실상의 관행과 변화에 더 많이 관련된다. - 연대를 기반으로 한 세제 개혁. "더 많이 가진 사람은 더 많이 내고, 적게 가진 사람은 덜 낸다"는 원칙에 기초한 조세 개혁에 대한 국가적 제안이다. 여기에는 상속세, 엄청난 부, 거대 기업, 재정적 수입에 대한 세금과 과도기적 조치로 환경 피해에 대한 세금이 포함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보편적 세금을 납부하고 일부 사람들만 사회 보호를 받는 대신, 부유한 사람들만 세금을 내고 모든 사람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 대외채무를 청산하고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 이러한 특별한 시기에는 대외 부채 상환을 중단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이는 1931~32년에 이루어졌으며 현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하고 있다. 남반구 국가들의 대외 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식민지 시대 이후 산업화된 국가들이 쌓은 생태적, 사회적 부채에 대한 역사적 배상을 향한 첫 번째 단계이다. - 삶의 지속가능성을 우리 사회의 중심에 두는 국가 및 지역 돌봄 시스템의 창출. 돌봄은 권리이고, 그러므로 국가와 민간 영역이 사람들과 지역 사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그들과 책임을 공유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사회 계층과 성별 측면에서 돌봄 업무를 더욱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일은 일반적으로 가족에게, 그리고 가족 내에서는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돌봄을 사회적 보호와 연결하는 공공 정책을 장려하여 다른 사람의 보살핌에 의존하는 노인, 어린이, 중증 장애인 및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없는 기타 모든 개인의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 - 신자유주의에서 물려받은 조건부 현금 지급을 대체하고 사람들이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 소득을 도입하여 사회 정책을 통합하는 보편적 기본 소득. ECLAC는 최근 라틴 아메리카 정부에 이러한 정책을 권장했다. 공식 고용과 돌봄 노동을 모두 재분배하기 위해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노동일을 단축해야 한다. - 식량주권을 최우선으로 둔다. 라틴아메리카가 세계에서 토지 집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이 시점에서 우선순위는 토지 재분배, 물 접근, 농업 정책의 대대적인 개혁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유해한 환경적, 사회적 결과를 가져오는 수출을 위한 산업 농업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농생태학 농업, 혼농림업, 어업, 소규모 농업, 도시 농업을 우선시하고 지식의 여러 형태들의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 지역 및 농민 시장을 강화한다. 지적재산권 규정 없이 종자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도록 종자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도농 유통망을 강화하고 소비자와 생산자 간 커뮤니티 인증을 강화한다. 토지의 사회적, 집단적, 공동체적 소유권을 장려하고, 토지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주권을 부여하고 투기꾼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한다. - 자원채굴제일주의 이후의 경제와 사회를 건설한다. 문화적,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호하려면 석유, 석탄, 가스, 광업, 삼림 벌채 및 대규모 단일 작물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질서 있고 진보적인 조치인 급진적인 사회-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분산화되고, 탈상품화되고, 민주적인 재생 에너지 시스템과 집단적이고 안전하며 우수한 품질의 운송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홍수, 가뭄, 산사태, 산불 등으로 입증된 것처럼, 전염병보다 더 심각한 위협인 기후 붕괴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업이 통제하는 오늘날의 상업 및 소셜 미디어에 의해 지배되기보다는 사회에 뿌리를 둔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복원하고 강화한다. 시민미디어는 물론 거리, 광장, 문화공간들에서부터 공존의 역사적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 - 자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팬데믹은 글로벌 생산망의 취약성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 및 국가적 노력의 취약성도 드러냈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엄청난 창의성은 지역 영토와 사회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는 정책 변화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토착민, 농촌, 아프리카계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자결권과 대중적인 도시 공동체 경험을 강화해야 하고 영토와 사회 전체를 비무장화해야 하며 지방 시장들을 지원하고, 지속 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모델을 기반으로 신용을 민주화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지역 사회 에너지 주권을 달성해야 한다. - 주권적인 지역 및 글로벌 통합을 위하여. 라틴 아메리카 수준에서 지역, 국가 및 지역 무역 시스템을 촉진하는 것이 절대명령이다. 이는 세계화된 세계 시장에서 자율적이 될 것이며 기업 독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규모에서 달러화와 병행하는 통화들을 도입하여 세계 시장의 위험한 동태로부터의 상대적인 탈동조화를 가능하게 하고 지역 국가 간의 무역, 그리고 보완적인 경제 다각화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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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