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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경제에서 녹색경제로’

기사승인 2023.09.18  1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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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노동당 생태평화위원회 운영위원

위의 ‘회색경제에서 녹색경제로’ 이 제목은 어제부터 오늘까지 1박 2일로 오대산 월정사에서 불교환경연대 등이 주최한 전환사회포럼의 주제입니다.

회색경제에서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경험해 보고 많은 일들을 접해 본 것에 비추어 본다면, 외부적인 격변이나 혁명이 있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야수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먹이를 차지하는 존재는 힘세고 날랜 승자이고, 먹잇감이 되는 존재는 약하고 아둔한 패자일 뿐입니다. 직접적인 폭력을 휘둘러 죽이거나 상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백성들은 언제 전쟁을 만나서 그런 꼴을 당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지금의 세계입니다. 그게 다 사람을 사냥해서 부를 축적하는 세력들의 존재를 말해 줍니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매우 어두워 보이며, 1990년대 이후의 30여 년간의 평화노력 이후 옛날로 돌아가 다시 한국전쟁 전후의 험악한 상태와 그 이후의 냉전상태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민중들의 열망은 뒷전이고, 군사무기를 첨단화시키고 힘으로 위협하는 국가 권력자들의 성난 얼굴들만 보입니다. 이들이 민중들을 위한 어떤 미래의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별로 알려진 바가 없고 대립의 한쪽 축인 한, 미, 일의 권력자들을 본다면 이들은 아메리카 제국의 판도 내의 안정과 패권의 확장에만 관심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의 군사력 확충과 전쟁연습은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사람들의 힘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만 반복해서 강조하고 기후변화 문제, 지구 전체적인 에너지 문제, 자원고갈의 문제, 환경 오염의 문제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한반도를 지옥과 같은 곳으로 몰고 가는 형국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하면 더 녹색 경제에 가깝게 전환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짜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졌습니다.

나는 이런 것들이 자본 중심주의 국가 제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국가 자체가 자본 중심주의 제도를 택하지 않는 쪽으로 달라져야 가능한 일인데, 이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지금의 국가 형태로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자본과 손을 잡은 혹은 자본 밑에 포섭된 국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토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국가 권력이 있고 나서 그 안의 국민이 있고, 행정구역이 있는 그런 순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는 지역의 자치공동체들이 있고, 그 다음에 자치공동체들의 연합으로 국가가 있는 순서가 되어야만 자본에 노예화되지 않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됩니다.

혁명적인 정치변화를 겪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통일을 지상의 목표로 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과 같은 약육강식의 경제,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사람을 낭비하는 경제를 그만두고 녹색경제를 수립하기 위한 혁명적인 변혁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똑같은 남한 경제질서 대로 한반도가 통일되어서야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남한의 자유시장 민주주의가 이념적으로 하나의 체제로 통일을 하려면, 두 체제의 근원이 되는 순수한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서만 가능합니다.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고 각 지방의 민중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고도의 지역자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를 앞세운 통일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나 국가가 있다면, 그것이 남의 정치세력이든 북의 정치세력이든 한반도 민중들의 미래를 위해 타도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자치에 의한 국가연합 내지 연방제를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목표로 보는 이유는, 수많은 지역의 자치공동체들 중에 몇 곳이라도 자본 중심의 제도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정책을 가지고 전환을 시도할 수가 있고, 이것이 성공할 경우에 다른 자치공동체들에게도 확산될 가능성이 그나마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본 중심 제도를 벗어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실행하는 데는 기존의 자본 중심 제도와 법령 체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높은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서 이를 실현시키려는 일꾼들의 헌신이 필수적입니다.

자본 중심 사회의 종업원들이나 관리자들, 공직자들의 책임의식은 한계가 있으며, 우리는 이를 절감(切感)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도무지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자기 자리에서 면피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일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녹색 전환에서 공유지(Commons)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며, 자치공동체가 이를 잘 관리하여 지속시키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ESG가 얼마나 진실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의문이 많이 있으며,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이런 수준의 사회적 책임성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국가의 임명을 받지 않은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이 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이 나라의 오랜 전통입니다. 이 땅의 오랜 역사 속에 이어져온 문화와 종교, 사상들이 민폐가 되는 국가를 뛰어넘어 나라를 걱정하고 미래를 위해 머리를 짜내는 사람들의 배경이 됩니다.

그 핵심에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인문정신이 있습니다. 이러한 뿌리가 아니면 자본 중심의 세상에서 이를 극복하고 전환을 이루려는 꿈도 꿀 수가 없고, 그럴 능력도 가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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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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