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대병원지부만 파업 돌입, 2개 병원은 자율타결 모색
지난 8월 13일부터 쟁의조정 절차에 돌입했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 이하 보건의료노조) 소속 62개 의료기관 중 59개 의료기관이 8월 27일부터 29일 새벽까지 밤샘 조정회의와 밤샘 교섭을 통해 극적 타결을 마련했다.
미타결 의료기관 중 노원을지대병원지부는 조정기간을 연장했고, 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는 파업 돌입시기를 늦췄다.
62개 의료기관 중 예정대로 8월 29일 파업에 돌입하는 의료기관은, 조선대병원지부 1곳 뿐이다.
조선대병원은, 소급적용 불가를 철회하라!
▲ 삭발하고 있는 장새롬 조선대병원지부장 @보건의료노조 |
▲ 삭발하고 있는 정새롬 조선대병원지부장 @보건의료노조 |
▲ 정새롬 조선대병원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지부가 29일 아침 파업에 돌입했다. 정새롬 지부장은 28일 파업전야제에서 삭발을 하며 투쟁 결의를 보였다 @보건의료노조 |
▲ 조선대병원지부가 29일 오전 10시 병원로비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
임금인상 소급시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소요시간 단축, 불법파견 금지 등에 합의를 이룩하지 못한 조선대병원지부(지부장 정새롬 / 조합원 1,137명)는, 8월 29일 오전 8시 병원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에 이어 오전 10시 병원을 지킨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새롬 지부장은, 28일 진행된 파업전야제에서 삭발을 하며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8월 29일 파업돌입을 예정했던 고대의료원(안암, 구로, 안산), 이화의료원(목동, 서울), 중앙대의료원(서울, 광명), 한양대의료원(서울, 구리), 한림대의료원(평촌, 동탄, 강남, 한강, 춘천), 강동성심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원자력의학원, 서울시동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26개 지방의료원(부산의료원, 인천의료원,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원주의료원 등), 11개 민간중소병원(녹색병원, 인천사랑병원, 부평세림병원, 인천기독병원, 메트로병원, 대전선병원 등),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성가롤로병원 등 59개 의료기관은 8월 29일 오전 7시 파업 돌입을 앞두고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전격 타결했다.
이들 병원들은 교섭 타결로 8월 29일로 예정된 파업을 철회함에 따라 정상 운영된다.
파업 돌입 전 합의를 이룬 의료기관들의 주요 타결 내용은, 의사 진료공백에 따른 일방적인 책임 전가 금지, 연차휴가 강제 사용 금지, 임금 인상, 불법의료 근절, 업무범위 명확화, 인력 확충, 교대근무자 처우 개선,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노동시간 단축 TF팀 구성, 교대근무자 유급수면휴가 보장, 난임치료 유급휴가 확대, 육아기·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적치 사용, 무기계약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근속승진,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간 단축, 계약직 정규직 전환 시 근속연수 산입, 비정규직 경력 반영, 노조간부 교육시간 보장, 헌혈 유급휴가, 조혈모세포 기증시 5일 유급휴가, 폭력방지위원회 노사 동수 참여 보장, 감정노동휴가 등이다.
미타결 사업장 중 호남권역재활병원은,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조정중지가 결정됐다.
파업권을 확보한 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는 환자불편 등을 고려하여 당장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채, 8월 29일부터 병원 로비 농성에 돌입하여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며,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9월 3일 파업전야제를 갖기로 했다.
노원을지대병원은 9월 11일까지 조정기간을 연장한 후 노사 자율교섭을 진행하기로 하고, 9월 9일 조정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조선대병원지부, 8시 파업 출정식과 10시 기자회견 개최
보건의료노조, 조속한 타결 위해 파업 사업장 총력 지원투쟁 전개할 것!
조선대병원지부는 29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에서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환자 곁을 지킨 건 바로 우리 병원노동들이었지만, 병원사용자는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로 발생한 경영위기를 핑계로 강제연차 산입, 무분별한 파견 강요, 대체인력 미채용 등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술 건수도 늘고 병동 가동률도 80%에 육박하고 있지만, 병원사용자측은 의료공백 사태를 버텨온 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임금동결, 단체협약 논의 거부로 무시하더니 지금은‘소급 적용’을 포기하라고 강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노동자들에게 정당을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쟁의조정 절차에 돌입한 62개 의료기관 중 유일학게 파업에 돌입한 조선대병원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병원 사용자 면담과 집회, 지역여론화, 불성실교섭 규탄투쟁 등 총력 지원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선대병원지부가 오늘 밝힌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조선대병원지부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문>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돈벌이보다는 환자들의 건강권을 먼저 생각하는 병원이라는 것에 더 큰 긍지를 가졌습니다. 저마다 그렇게 청운의 부푼 꿈을 꾸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보람과 자부심과 긍지는 날이 갈수록 퇴색해갔습니다. 한번 더 설명하기에 시간은 늘 부족했고, 한번 더 눈을 맞추기에는 밀려드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더 친절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먼저 지쳐버렸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히 살면서 승진을 꿈꿨지만 그 길이 너무 멀었습니다. 그러지 못한 이유는 모두 우리가 부족해서라고 자책하며 살았습니다.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현실, 심한 감정노동, 장시간 노동으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우리들은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조선대병원은 임신의 순번을 정하더니, 이제는 남아 있는 동료들이 힘들까봐 사직도 순번을 정해서 하는 병원이 되었습니다. 일 할때는 일만, 교육 할때는 교육만 하면서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 시키고 싶다는 당연한 바람, 인력을 충원하여 환자가 안전한 병원, 노동이 차별받지 않는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걸까요? 우리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밥 한끼 느긋하게 먹지 못하고 발 동동 구르며 일하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각자 위치는 다르지만 똑같은 무게의 땀을 흘리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조선대병원이 있기까지 어느 누구 하나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음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병원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행복해져야 하고,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더 크게 말하고 싶습었습니다. 그러나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듣기 싫다고 합니다. 우리는 병원의 주인이기에 마땅히 병원의 중심에 설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있습니까?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환자 곁을 지킨 건 바로 우리 병원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집행부는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로 발생한 경영위기를 핑계로 강제연차 산입, 무분별한 파견 강요, 대체인력 미채용 등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였습니다. 2024년 7월 5일부터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병원측은 임금동결과 단체협약 논의를 거부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 소비자 물가지수는 2.8%나 올랐습니다. 월급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월급쟁이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술건수도 늘어나고, 병동 가동률도 80%에 육박하고 있지만, 비상경영체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단체협약은 현장의 목소리이며, 현장의 어려움입니다. 그렇게 수십년간 매년 진행해온 단체협약을, 현장의 목소리를, 2년에 한번 듣겠다고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어려움을 참아가며 일하고 있는데, 1년에 한번 내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하려나 봅니다. 병원집행부는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를 핑계로, 많은 것들을 빼앗아 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고통을, 묵묵히 일하는 우리들에게 계속해서 견뎌낼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이제 더 빼앗길 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병원은 사상초유의 의료공백 사태를 버텨온 우리들의 헌신과 희생을 임금동결, 단체협약 논의 거부로 무시하더니 지금은 ‘소급적용’을 포기하라고 강박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코로나19 때에도 전공의 집단진료거부 사태에도 묵묵히 환자와 보호자 곁은 지켰던 우리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병원은 소급적용불가를 철회하고, 병원을 지켰던 노동자들에게 정당을 보상을 해야 합니다. 2024년 8월 29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선대병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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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수 기자 reapg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