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정말로 안전운임제를 도입하기 싫다면, 지입차주 시스템을 없앨 방안을 제시해야
▲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진해드림요양병원 원장 |
근로계약이 형식상은 자유계약이지만, 실제로는 불평등계약이라고 페친인 노무사께서 강의안을 작성했더니, 교육을 의뢰한 기관에서 중립적이지 않다면서 삭제하라고 했단다. 슬픈 일이다.
이건 노동법의 기본이 되는 관점이다.
민법상으로는 일종의 계약위반 내지 담합행위인 각종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이유가 뭔가?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듯이, 최저임금 이하라도 일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걸 최저임금제가 규제하는 이유가 뭔가? 이런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형식상 자유계약이라지만 실제로는 당장 돈이 아쉬우면 불평등한 계약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이하라도 일해야 하고,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아도 일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실질적인 불평등계약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 최저임금제든 각종 노동법이든 민법상 자유계약원칙과는 다른 노동법 체계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게 노동법의 기본 중 하나다.
어제 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안전운임제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라는. 형식상은 운임이 자유계약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당장 차량할부금 등 갚아야 할 돈이 아쉬워서 장시간 노동의 댓가에 전혀 못 미치고, 겨우 차량할부금 및 최저생계비 정도만 받을 수 있는 운임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다보니 10년 이상 운임이 동결되었고,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4시간 가량의 장시간노동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런데도 기껏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만 적용되었던 안전운임제를 정부는 사실상 폐기하려고 하고 있다.
3년 연장이라지만 화주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화주책임을 삭제하려 하고 있는데, 불이익이 없으면 이걸 지킬 이유가 없다.
폐기가 아니라, 안전운임제를 오히려 전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 일종의 최저임금제인데, 최저임금을 공장에만 적용하고 편의점 알바나 식당 서빙에는 적용하지 않는 게 아니듯이, 컨테이너나 시멘트가 아니라도 모든 화물운송에 적용하는 게 안전운임제의 취지에 맞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나라가 많지 않다는데 호주, 캐나다 등 일부인 건 맞다.
그런데 이것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들은 한국처럼 지입차주 시스템이 아니라 진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즉 차량할부금이나 기름값, 보험료 등을 운전자가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당연히 보장된다.
그러면 노조를 통해 교섭하면 되고, 당장 차량할부금 내야해서 저가의 운임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니까 안전운임제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정말로 안전운임제를 도입하기 싫다면 지입차주 시스템을 없앨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실 지입차주 시스템은 장기적으로는 없어지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아닌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당장 차량할부금이 아쉬워서 저가 운임을 받아들이는 건 그냥 방관하고 있다가, 거기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건 시비를 거는 이유가 뭔가?
형식상 자유계약이라고 실제로도 자유계약인 건 아니다.
이걸 생각지 않는 자들은 (윤석열 포함) 노동법이 뭔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자유계약이라면, 특히나 정부 주장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인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운송거부를 하는 게 왜 문제인가? 자영업자라며?
자영업자가 자기 장사 안 하겠다는데 그거 님들이 좋아하는 '자유'잖아?
* 이 글은, 2022년 11월 25일 작성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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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yetchihg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