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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아시아 장애인 국제교류의 평가와 나고야의 장애인 노동공동체들

기사승인 2016.11.16  11: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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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토 겐죠 왓바회 대표, 신뢰만이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

▲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지난 2016년 10월 21일부터 10월 25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는 제1회 아시아 장애인 국제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는 한국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와 일본의 장애인차별과 싸우는 전국공동연합(이하 공동연)이 1995년부터 진행한 한·일 장애인국제교류대회와 2004년부터 시작한 아시아 장애인 국제교류대회를 평가하는 회의로, 워크샵과 기관 방문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에 대한 기사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일본의 장애인 노동공동체, 45년 왓바회의 역사가 말한다.

② 아시아 장애인 국제교류의 평가와 나고야의 장애인 노동공동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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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국제 교류, 새로운 진보적 연대를 위하여

이번 나고야에서 개최된 아시아 장애인 국제교류는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대회 명칭에서 양국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즉, 한국 측의 공식 명칭은 ‘2016년 제6회 아시아 장애인 국제 교류대회’였으며, 일본 측의 대회 명칭은 ‘제1회 아시아 장애인 국제회의’라고 표현한 점이다.

이러한 대회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하여 일본 측은 지난 5번의 국제교류의 한계를 딛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평가의 장으로 하기 위한 “국제회의”라는 점을 강조한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미묘한 관점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류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 행사장인 나고야시 이마이케 가스빌딩 7층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과의 교류는 장애인 단체의 대표자들이나 전문가중심의 교류가 아닌 풀뿌리 진보적 교류를 원칙으로, 1995년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 동안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대회는 무엇보다 정부 설립 후 처음 있는 대규모 일본 장애인들의 방한으로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일본 측 참가자는 무려 230여 명에 이르렀으며, 그것도 일본 전국에서 고루 참가해 당시 대회에 대한 일본장애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 주었다. 특히, 일본 측 참가자들은 지적장애인과 뇌성마비 장애인 등 중증장애인들이 주류를 이뤄 당시의 우리로서는 놀라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1997년, 일본 ‘공동연’의 사이토 겐죠 사무국장은 이러한 교류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하였고, 이후 계속된 교류를 바탕으로 2004년 5월 18일에서 22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일·필리핀 장애우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04 한·일·필리핀 장애우 국제교류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1995년 이래로, 한국과 일본의 풀뿌리 교류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우는 동지적 관계가 형성된 것이 마중물이 되었으며, 이 두 주체의 고민이 여기서 머물지 않고 “소수 대표성을 가진 몇 사람만의 교류가 아니라 장애 당사자들의 일상적 교류기회 확대와 아시아 전역의 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진보적 연대관으로 확장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 제1회 한·일 장애인 국제교류대회
▲ 2004 한·일·필리핀 장애인 국제교류대회

이렇게 2004년 필리핀에서 시작된 아시아 장애인 교류대회는 2007년 베트남, 2010년 중국, 2013년 대만 등에서 개최해 왔으며, 이 대회를 통해 각국의 장애인 복지정책과 경험을 공유하고, 장애인 인권회복과 복지증진을 위해 각국의 실무진과 당사자가 모여 교류대회의 의미를 확대시켜 왔다.

특히 이번 2016년 아시아 장애인 국제교류대회에서는 그간의 교류 내용을 되돌아오면서 3년간의 각국에서의 상황과 발전, 변화를 짚어보고, 향후 아시아 장애인의 사회 차별을 없애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심화시켜야 할 부분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교류하는 장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의 성과는 기존 리더들의 기조를 발판으로, 비판에 가까운 젊은 활동가의 평가가 쏟아 나온 점이다. 한국 측 주관단체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의 인권 및 정책 등 장애인의 삶의 현장에 뿌리를 두기 보다는 정책운동에 지향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고, 일본 측 주관단체인 공동연은 장애인의 사업장 운동에 초점이 맞추어진 장애인의 삶의 현장에 뿌리를 두어 활동하고 있다고 지난 시기를 자기 평가하였다.

이에 대하여 젊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비판적 평가는 양국의 주요 관심사와 조직형태가 달라 교류대회 이후 연계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국제교류대회 특성상 준비기간이 충분해야 하나 실무 인력 부재로 인해 충분한 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양국의 1세대 활동가들의 노령화로 연대 운동의 맥을 이어 갈 젊은 활동가들이 이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차기 교류는 2019년에 몽골에서 개최하자는 안도 나왔다. 그러나 공통된 평가 의견의 하나는, 이 교류가 진보적 장애운동의 연대를 만들고 확대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연대를 이어가자는 것이었다.

▲ 한국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일본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생산, 공동분배, 나고야의 장애인 노동공동체들

장애인교류대회에 대한 평가에 이어, 앞서서 소개하지 못한 ‘왓바회’ 소속의 사업장인 직업개척학교와 리싸이클 사업장, 왓바회 소속은 아니지만 공동연 소속의 사업장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공동체 실천 방식을 엿보기로 한다. 먼저 직업개척학교를 소개한다.

▲ 직업개척학교 전경

직업개척학교는 후생노동성의 노동부 관할로 장애인 25명이 일하고 있다. 이중 지적장애인은 20명, 정신장애인은 5명이 일하고 있으며, 이 공간의 이름이 말해주듯 직업개척학교는 직업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들이 취약한 면접방법 등 우리의 직업재활 훈련에 해당하는 교육이 주된 프로그램이며, 직업재활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정신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고, 한 달에 두 번 프리 스페이스(일종의 홈커밍데이, 매번 50여명 참여)를 운영하여 이미 취업한 장애인들에 대한 사후지원을 하고 있다.

▲ 노리타케야 우동가게 내부 모습

 

 

 

 

 

 

 

 

 

 

또한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같은 건물에 있는 노리타케야 우동에서 우동을 만들거나, 음식 배식 서비스를 교육받기도 한다. 이곳 역시 공동분배(분배금)라는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 재활용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압축된 페트병을 트럭에 싣고 있다.

또 한 곳은 우리에게 흔한 작업장일 수 있으나 그 운영 체계와 지원 체계는 전혀 다른 재활용 사업장이다. 이곳은 17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있다. 주로 페트병 재활용 공정을 통해 하루 2톤의 페트병을 압축하고 있다. 생산량에 따라 정해진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압축된 페트병을 재활용 공장에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작업장 환경은 청결하였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센트럴키친 가스가이(セントラルキッチンかすがい)이다. 우리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지만 센트럴키친은 식자재의 대량공급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식자재의 모양을 살리면서도 품질의 균일성유지가 동시에 요구됨에 따라 탄생한 일종의 고유명사이며, 가스가이는 나고야 인근의 지명이다.

이곳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2009년에 개설하였다. 이곳은 기내식과 같은 식자재뿐만 아니라 아이치현(愛知県) 내의 의료시설・노인시설에 급식을 제공하며, 「장애인의 일자리 확보」와 수익 사업으로서의 성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 센트럴키친 가스가이의 전경
▲ 센트럴키친 가스가이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현재 55명의 장애인과 일하고 있으나, 수입의 80% 이상을 급식 매출로 올리고 있는 자립도가 높은 경영을 하고 있으며, 일반기업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진 사업으로써 앞으로도 더 많은 장애인의 고용 확대와 사회공헌을 지향하고 있다. 연매출은 7억 엔이고 이중 1억 엔은 정부보조금이다. 이곳 역시 8년간 적자를 보다가 올해 들어와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장애인 노동공동체의 어려움을 겪은 곳이다.

이상으로 일본의 '왓바회'라는 노동공동체와 이들과 지난 30년간의 교류를 통해 우리 사회에 미친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장애인이 이 사회에 사회적 약자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한 주체로 인정받고 함께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긴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왓바회는 45년이 걸렸다.

무엇이든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하는 풍토가 만연한 우리에게는 어려운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점은 과연 우리 사회가 “중증의 장애인이 출근만 해도 노동으로 인정하는 그런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왓바회의 사이토 겐죠 대표는 말했다. “신뢰만이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

* 관련기사 ; ① 일본의 장애인 노동공동체, 45년 왓바회의 역사가 말한다.

http://www.a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2

임수철 vicsoo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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