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주거약자, 부동산 경기 띄우기의 희생양인가

기사승인 2015.06.01  22:11:07

공유
default_news_ad1

- 경실련, 임대주택 의무건설은 사업성이 아니라 정책적 접근 필요

-인천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위해 “임대주택 의무비율 0%” 시행
-시민사회, 인천의 임대주택 공급은 전국 최악... 주거약자 거리로 내몰릴 것

지난 5월 29일(금)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번 개정안은 종전의 법령에 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줄고,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수도권은 15%에서 0% 범위(종전 20%~17%)로 축소된다(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12% 이하). 

개정안은 2014년 9월 1일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의 후속조치로 추진됐으며, 올해 1월 20일에 국무회의를 통과해 지난 5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정한 비율의 임대주택을 건설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주거약자를 보호함으로써 재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자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규제완화는 악화 요인을 줄여 재개발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저소득 계층의 주거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한 우려가 불거진 곳은 민간재개발 임대주택 건설 의무를 없애기로 한 인천시다. 이러한 움직임은 타 지역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청주시는 8.5%에서 5%로 의무건설 비율을 축소시켰고, 경기도 역시 이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가 ‘민간재개발 임대주택’의 건설 의무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4월 6일이다. 그리고 인천시는 「도시 정비법」 시행령 개정과 보조를 맞춰 지난 5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민간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종전의 17%에서 0%가 됐다. 이에 인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주거약자를 거리로 내모는 임대주택의무건설 비율 0%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 2015년 5월 27일 오전 11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가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체적인 임대주택 수요를 파악하여 종합적인 임대주택 계획”을 수립하라고 인천시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인천의 임대주택 공급현황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현재, 인천의 공공임대주택 신청자는 1만3천500 세대다. 이는 2000년 이후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348세대의 40배에 이른다. 이로 인해 공공임대주택 신청자가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인천에서는 평균 57개월(4년 9개월)이 걸린다. 반면 전국의 평균 대기 기간은 21개월이고 서울시는 9개월이다. 

인천시, 임대주택 건설 포기 아니다

인천시는 임대주택 건설비율이 0%로 고시됐다고 해서 임대주택 건설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주택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건설비율을 다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도시 정비법」시행령에서 구청장 등이 구역별로 세입자나 입주 수요를 검토해 정비계획을 세우거나 변경할 때, 구역마다 건설 비율을 5%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민간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줄이는 대신, 인천시는 임대주택 건설을 “공공에서 주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무엇보다도, 영구임대나 국민임대주택과는 달리, 재개발 임대주택은 주거약자를 위한 유형의 임대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인천시는 지금까지 준공된 재개발 임대주택(도화2구역, 산곡1구역, 부평5구역)에 해당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가 입주하는 비율이 0.86%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인천시가 “세입자의 입주율이 낮다고 실효성 운운”하는 것은 “거짓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즉, 지자체가 재개발 임대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 수준으로 분양해야 함에도, 인천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도 한 목소리를 냈다. 지자체는 「도시정비법」시행령 54조의 2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세대 가운데 일정 비율로 임대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경실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천시는 2008년 이후 임대주택을 전혀 매입하지 않았고, 그 의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가해왔다(표1). 반면, 서울시가 매입한 재개발·재건축 임대주택은 1만1천675호에 이른다.

인천시의 해명은 ‘핑계’일 뿐?

지자체가 재개발 임대주택의 매입을 꺼리는 이유는 주로 예산부족이다. 하지만 경실련은 임대주택 매입이 시세의 60% 내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예산부족은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표1> 수도권 광역 지자체 재개발/재건축 임대주택 매입 현황(단위 : 세대)
※ 자료: 2008년 이후, 각 지자체 정보공개청구. 경실련 제공

더구나, 인천시를 대신해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LH가 시민들을 상대로 집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LH가 재개발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분양전환’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 대상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 분양전환이 가능한 계층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LH의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이 주거환경정비구역의 세입자나 철거민 등과 같은 주거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인천시가 예로 든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 입주 비율이 0.86%인 것은 수요 때문이 아니라, 인천시의 책임 방기 때문이라는 게 경실련과 인천시민사회단체연합의 주장이다.

또, LH공사가 최근 인천관내에 공급한 임대주택별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타 지역과 비교한 경실련의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의 재개발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국민임대와 영구임대에 비해 2~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표2). 이에 대해 경실련은 LH가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재개발 임대주택을 서민주거안정에 사용하지 않고 “비싸게 분양전환 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표2> LH공사 장기 공공임대 주택과 분양전환 임대주택 임대료 비교(단위: 원)
■ 주: 영구임대 보증금 및 임대료는 비수급자 기준
※ 자료: 입주자 모집공고문 집계. 경실련 제공

구청장이 수요조사에 따라 건설 비율을 5%까지 조정해 정비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인천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임대주택 건설의 모든 책임을 기초자치단체에 떠넘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천에서 수만 명으로 조직된 재정비조합을 상대로 민선 기초자치단체장이 의무건설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건설 의무는 사업성보다 정책적 접근 필요

재개발·재건축 임대주택의 의무 건설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경실련은, 우리나라의 재개발·재건축이 “용적률, 인구밀도 등 공공재를 통해 개발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불로소득의 환수를 위해서도 임대주택의 의무 건설은 사업성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실련은 지자체가 세입자와 원주민의 정착률이 낮은 상황(20~40%)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인수해 이들을 위한 장기 임대주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선인 15%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기초자치단체가 5%까지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늘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에는 의무비율이 최대 20%까지 올라가는 지역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규정이 구청장과 정비조합 간의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오히려 「도시정비법」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근선, 강창대 kangcd@gmail.com

<저작권자 © 사이트 이름을 입력하세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