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
시인 김용아
‘8월 14일은 가족과 함께’라는 직사각형 피켓 앞에서 땀을 닦는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더 많은 택배노동자
이미 열 바퀴 넘게 지구를 돌았으나 여전히 언제까지인지도 모른 채 주문한 물건을 가득 쟁여진 트럭을 끌고 계속 달려야했고 오래된 타이어처럼 닳은 무릎을 이끌고 위로 아래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단 한 번도 쉬게 한 적 없네
그게 미안해서 피켓을 든다 그 누구도 아닌 지구 열 바퀴를 더 돌고도 여전히 돌고있는 트럭을 위해 닳을 게 더 이상 남은 게 없는 무릎을 위해 8월 14일은 트럭이 멈추는 날 택배가 멈추는 날 닳을 대로 닳은 무릎을 잠시 내려놓는 날
지구는 멈출 수 없지만 택배는 멈출 수 있다 상상하기만 해도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8월 14일 바로 그날 연대의 붉은 깃발 올려라 택배를 멈춰라 세상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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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아 시인 소개
여고 시절 ‘문학상’ 수상 1988년 ‘5월 문학상’ 수상 전태일문학상 시 부문 추천작으로 작품집에 오름 2017년 『월간 시』로 등단 2019년 경계의 확대 11인 시집 발간 2020년 강원문화재단 시 부문 ‘생애최초지원’ 수혜자로 선정 2020년 최근 '헬리패드에 서서' 시집 출간(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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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아 reapg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