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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과대학 서둔야학의 '참교육'과 드라마 'SKY 캐슬'의 교육은 어떻게 다른가?

기사승인 2019.01.17  18: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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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박애란 작가의 오십년 동안 가슴에 품어온 사춘기 소녀의 러브스토리 <사랑하나 그리움 둘>

서울대 농과대학 야학선생님과 서둔야학 여학생의 추억

기자가 박애란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사드철폐와 평화협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2017년 9월 23일 서울대민주동문회가 주최한 ‘서울대 민주동문 평화열차 통일한마당 행사’에서였다.

박애란 작가는, 서울대 출신은 아니였지만 서울대 농과대학 출신의 김상진열사 기념사업회 후원회원으로 행사에 참가했던 박애란 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1960년대 서둔야학의 추억을 회상하였다. 위의 동영상은 그 때의 녹음파일을 입수하여 제작한 것이다.

저자 박애란 작가의 <사랑 하나 그리움 둘>이란 제목의 자전 에세이는, 50년 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서둔야학 선생님과 여학생의 러브 스토리이다.

작가는 충남 태안 출신으로 경기도 안일여고, 평택여고 등에서 33년간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계간지 '문학의 강'에서 수필가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한국 시니어 블로거협회’ 시니어 기자로 활동 중에 있다.

저자는 가난한 시골 소녀가 수원시 서울대 농과대학내에 대학생들이 설립한 중학과정의 서둔야학을 나와, 우여곡절 끝에 여고 선생님이 되고, 33년간의 교직을 은퇴한 후, 수필 작가와 패션디자이너로 화려한 인생 2막을 살게 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인생 여정을 여성적이고 아름다운 선율같은 시적인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은, 공주병을 가진 농촌 집안의 어린 소녀가 낮에는 <푸른지대>라는 딸기밭에서 알바로 일하고, 밤에는 야학을 다니게 된 과정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1963년 당시 13살 소녀가 서둔야학 가는 길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들판을 지나서 가다보면 5월의 훈풍이 내 볼을 간지럽혔고 넓은 들판, 보리의 새포름한 이삭이 바람에 넘실대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였다. 보리밭 한가운데서 종다리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내려왔다 까불며 명랑하게 지저귀고, 멀리서 구슬프게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는 내 가슴을 깊이깊이 파고들어서 도대체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게 만들고는 했다. <중략> 저 멀리 아련히 등잔불이 흐르고 있을라치면 내 가슴에도 뽀오얀 봄 안개 그리움이 피어올랐다. 선생님들이 미리 호롱불을 밝혀 놓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계신 것이었다."

- <사랑 하나 그리움 둘> 본문중에서

그녀는 서둔야학시절에 대해 "감수성이 유난했고, 지적 호기심이 많았던 열네살 소녀였던 저자는, 순수와 열정의 아이콘인 스므살 청년인 서둔야학 선생님들께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겼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참교육을 지향하던 서둔야학 선생님들의 사랑

당시 서둔야학은 지금으로 보면 대안학교 이상의 최상의 참교육을 실천한 곳으로 서울대 농과대의 청년학생들로부터 일대일로 중학과정뿐 아니라, 정규과정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문학, 철학, 역사, 음악 등 전인적인 참 교육을 받는 곳이었다.

서둔야학의 교훈은 다음과 같이 요즘에 와서야 조명되고 있는 참교육이 목표였다.

  • 참을 사랑하자!

  • 시처럼 음악처럼 살자!

  • 우리나라, 우리민족을 사랑하자!

그런데, 서둔야학 교육의 중심은 저자의 책 제목이 되고 있는 선생님들의 사랑이었다.

저자는 “지금껏 자신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소녀 시절 만났던 야학선생님들이고, 지금껏 삶의 감동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이들을 바라보던 선생님들의 눈에 흐르던 자애로움이다”라고 밝히며, 야학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제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되는 것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아셔요?

바로 서둔야학 선생님들의 눈동자였습니다.

아이들이란 생각보다 예민해서 자신을 진정 아끼고 사랑해 주는 분이 어느 분인가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 마련이거든요."

- <사랑 하나 그리움 둘> 본문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사랑이야 말로 최고의 교육이고, 그 사랑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이 되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통하여 설명해 나가고 있다.

​이 책에는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이 야학생으로 환생하여, 그리워하던 박동혁 선생을 다시 만난 것 같은 선생님들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도처에서 묻어나고 있다.

서둔야학에서 받은 참교육으로 저자는 70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때의 야학생 소녀의 정서로, 지금도 사춘기 소녀의 마음’으로 패션디자인과 발레를 배우고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노년에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후 어려서부터 꿈꾸어 오던 인생의 목표를 잃지 않고, 끝없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야학생시절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그리움이 밀알이 되어 저자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온 것이다.

당시 선생님들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다닌 것이 아니라, 서둔야학을 다녔다“라고 공공연히 말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서둔야학 황건식 교장선생님은 야학활동으로 F학점을 세 개나 받아 대학원 진학에 많은 애로가 있었다고 한다.

▲ 수원 서둔동 구 서울대 농과대학 연습림내의 서둔야학 교사 2000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이 건물입구에 '서둔야학 유적지'란 안내판에 서둔야학의 약사가 요약되어 있다. “이곳은 1965년부터 1983년까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수의과 대학의 학생들이 수원 서부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야학활동을 하였던 곳이다.… 1965년 당시 학생이던 황건식 등의 야학 교사들이 성금을 모금하여 이곳 부지를 구입해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했으며,…”라고 쓰여 있다.

서둔야학 약사

서둔야학이 있던 곳은, 일제 강점기의 브나르도운동(농촌계몽운동)을 주제로 한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무대가 된 지금의 안산 상록수역 근처에 있던 샘골과 불과 4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면면히 내려오는 서울대 농과대학의 농촌에서의 민족민주운동의 전통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진다.

서둔야학의 학교이름 서둔(西屯)의 유래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데, 정조 22년 무오년에 정조대왕의 명으로 정약용 선생이 화성(華城)을 짓고나서, 성의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둔토(屯土)를 설치했는데, 화성 서쪽의 둔전(屯田)을 서둔이라고 하였다.

조선말 부터 서둔벌에는 농사도 짓고 종자실험을 하던 곳인데, 일제강점기에는 수원고등농림학교가 설립되고, 이후 국립 경성대학으로 편입되었다가 해방 후, 서울대 농과대학으로 편성되었다.

서울대 농과대학의 야학운동과 김상진 열사

이 책을 읽다보면, 신데렐라 이야기 보다 더 극적인 스토리도 백미이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운동사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의 순수야학운동은 이후, 노동운동과 민족민주운동으로 나아가 2016년 촛불혁명까지 면면히 이어지게 된다.

서울대 농대에서 잠시 학과장 비서로 근무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저자는, 김상진열사 기념사업회 후원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책에서 서울대 김상진 열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이다.”라고 김상진 열사는 말했다. 1975년 4월 11일 강당 앞 잔디밭은 한 고귀한 젊은이의 피로 물들여 졌다. “유신헌법 철폐‘를 외치며 할복자살한 그는 축산과 복학생인 김상진 학생이었다. 훗날 무죄로 밝혀진 인혁당 사건의 주모자이자 민주인사였던 운동가 8명을 ’사법살인‘하는 것을 보고 결행한 것이다. 이제 갓 입학한 철모르는 신입생도 아닌, 군대를 갔다 온 스물일곱 살의 지각있는 청년이 얼마나 비분강개했으면 그 귀중한 생명을 초개와 같이 버렸을까? 싶으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 <사랑 하나 그리움 둘> 본문중에서

70년대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의 폭압으로 시대가 피를 부르고, 70년대 중반까지는 순수이념 야학운동이 유신정권이후 민중야학으로 성격이 변하고, 서울농대의 핵심운동권으로 현장성 강화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로부터 50여년 이어지는 전통을 자랑하던 서둔야학은, 1966년 서울대가 주는 상록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나,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들어서며 위기를 맞았다.

5월 17일 전국 대학에 휴교령이 내리고, 7월 30일 과외금지법에 따라 야학도 금지되었고, 야학선생님들이 연행·구속되고 결국, 군부독재의 탄압으로 1000여 명의 야학생과 300여 명의 선생님을 배출한 서둔야학은, 1983년 문을 닫게 된다.

야학은 문을 닫았지만, 이후 야학생과 선생님들이 ‘서둔야학회’를 조직하고, 2000년 <서둔야학사>를 편찬하고, 당시의 교사는 ‘서둔야학유적지’라는 안내판을 만들고 해마다 대대적인 홈커밍데이를 열고 있다.

▲ 2016년 서울대 구 농과대학 연습림내 서둔야학 홈컴잉데이 행사에서 박애란 작가와 야학선생님들 좌측부터 야학생 민정옥씨, 박애란 작가, 서둔야학 황건식 교장선생님, 백상덕 선생

서둔야학의 참교육과 드라마 'SKY 캐슬'의 교육

박애란 작가의 <사랑 하나 그리움 둘>은 이 책이 갖고 있는 순수한 문학성 이외에 이 시대 부모와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을 읽어볼 만한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교육풍토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인기 있는 JTBC 'SKY 캐슬'이란 드라마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무너지고, 인성을 잃고 돈이라면 영혼도 팔고 학벌 뿐 아니라, 대물려 부귀도 살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는 ‘SKY 캐슬’의 수억의 교육비가 결국 인간의 파멸을 불러온 것과 달리, 농대생들이 참교육으로 지은 사람농사가 얼마나 비교할 수 없는 값어치 만들어 내는지 감동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김동리 작가의 아들 김평우를 예로 들며 “양질의 서울대 교육이 약자를 괴롭히는데 쓰이면, 삶의 도구가 되어야 할 지식이 악의 칼날이 된다”라며 올바른 교육을 강조한다.

작가는 야학 선생님들이 야학생들에게 해 주셨던 교육의 기본을 기억하며 “교육은 관심과 사랑이고, 마음밭을 곱게 가꿔 주는 일이다”라고 평생 교사로서 살아오며 느낀 교사의 역할에 대해 정의한다.

또한, 이 책은 작가가 농대생들의 참교육이 뿌리를 내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부분이 맞이할 100세 시대에 은퇴한 노년을 어떻게 청년의 마음으로 늙지 않고 인생에서 다모작을 할 수 있는가, 본보기를 보이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박애란 작가의 신간 <사랑 하나 그리움 둘>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1월 11일 출판되어 온라인서점 교보문고, YES24, 알라딘,인터파크 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에 있다. 

▲ 박애란 작가의 신간 <사랑 하나 그리움 둘> 표지 도서출판 행복에너지가 펴낸 이책은 서울대 농과대학내 서둔야학 시절에 야학생과 야학 선생님들의 단비와 같은 사랑과 추억을 그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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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handu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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