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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에 취한 사회

기사승인 2022.08.10  16: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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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보다 가혹했던 반지하 가족 3명의 죽음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기후변화로 생긴 서울을 덮친 이번 폭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죽음은 한국 사회의 총체적 모습이다.

지상으로 높게 솟은 돈과 권력의 상징인 빌딩 밑에는, 비싼 전·월세 비용을 부담하기 힘들어 반지하나 집 천장이 허술하기 일쑤인 달동네에 살던 취약 계층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일 서울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의 반지하층에서 살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와 그의 어머니, 함께 살던 이모가 물에 잠긴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어린이의 이모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장애인이었다.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이 자기가 살던 반지하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들은 8번 신고에도 참변을 당했다.

"대피 방송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소방 전화는 먹통이었다.

재난안전의 '적신호'다.

반지하 주택에서 연이어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자, 긴급 재난상황에 대응하는 사회안전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계속된 신고에도 출동은 늦었고, 침수 우려가 높은 지역의 반지하 신축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폭우와 같은 재난 상황에선 당연히 통신 장애가 급증하기 마련이다.

행정안전부가 회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가난한 사람을 잊고 버리고 사는 세상이다.

국가나 종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영화 <기생충>은, 허구지만 주인공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사는 반지하 주택은 엄연한 현실이다. <기생충>은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간 갈등이 기본 얼개다.

영화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를 겨냥한다.

천장엔 곰팡이가 피고, 바닥엔 벌레가 기어 다닌다.

향을 피우고 초를 태워도 퀴퀴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창밖으론 자동차 바퀴와 사람들의 정강이만 보인다.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사생활이란 게 없다.

무엇보다 물난리에 취약하다. 폭우가 쏟아지면 세상의 모든 빗물이 아래로 흘러 반지하에 모인다. 장마는 말할 것도 없고, 소나기 먹구름만 몰려와도 겁이 난다.

이런 곳에 2020년 기준으로 32만7000가구가 살고 있다.

당초 반지하는 방공호나 참호 용도였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북한의 공습이나 시가전에 대비하기 위해 집을 지을 때 지하공간 마련을 의무화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주거난이 심해지자, 가난한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세간을 놓고 살기 시작했고, 당국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묵인했다.

폭우가 며칠 더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비는 똑같이 내려도 재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사망한 뉴욕 시민들의 상당수도 지하에 사는 저소득층이었다.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반지하 주거지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자연소멸을 기다리며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반지하는 원래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고, 사람이 살아서도 안 된다.

반지하 거주자들이 햇빛을 보고 침수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최소한 주거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계급 갈등 또는 계층 간 충돌은 평상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동선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자들은 높은 저택, 기사 딸린 자가용, 퍼스트클래스 등을 이용하며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란 없다.

세상은 거울 속에 거울이 끊임없이 이어져 서로를 비추는 ‘인드라망’이다.

부자는 빈자의 거울이고, 빈자 역시 부자의 거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갈등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5%는 ‘한국의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는 ‘인생에서 성공하는데, 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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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jwd32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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