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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값어치

기사승인 2023.05.26  16: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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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에서 주된 관심 대상은 물적 자원들입니다.

물질순환의 경제를 다루는 것이니 당연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제에서 순환이라는 것은 화폐나 금융자산, 자본의 순환을 말합니다.

화폐는 순도가 보장되는 금속성 원재료로서 유동성이 높은 중간재에서 출발했습니다. 이것이 부(富)의 상징으로서 축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공인된 중간 재료를 모아 들이려는 욕심이 과도하게 되면, 사회의 민심이 흉흉해지고 다수 사람들의 삶이 팍팍해진다는 관찰에서 도덕이 출발했고 고대의 경제 사상이 나왔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내놓은 지하자원과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응축된 중간재일 뿐인 화폐는 누군가의 금고에 축적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곳으로 가서 쓰여야 한다는,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부(富)가 썩고 사회가 병들게 된다는 것도 순환의 관점이고 순환경제학에 속합니다.

이 관점을 논하고 순환의 경제학을 발달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경제학도의 임무입니다.

그런 경제학이 없으면 사회경제는 썩어 들어가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노동력이 재생산되지 않고 가치로운 것들이 창조되지 않게 되어 인간 자체가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정확히 진단하는 경제학의 이야기는 그 값어치를 따질 수 없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데 이야기를 하는 사람 자체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이런 지식과 논리는 사회가 타락해서 무너지지 않게 해 주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이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사회에서는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고 피하게 됩니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가는 동안 돈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불편한 말이나 태도를 표출하게 되면 생존 자체가 위험해지게 되니까, 그런 데 물이 들지 않도록 피하는 것일 테죠.

전통적으로 지식인들의 생존은 쉽지 않았습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비위에 맞는, 또는 돈을 더 모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설을 펴는 식자들은 물론 예외입니다.

이들 지식인층이 펼치는 이야기가 경제 구조 안에서 아무런 가치를 생산하는데 기여하지 않기 때문에 재생산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도태되어야 한다고 보는 경제학을 가진 경제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점차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기구를 통해서 그런 지식인층의 역할이 재생산되기도 어려워져 갑니다. 언론과 종교도 대체로 비판적인 인식을 찾아내고 설파하는 기능을 상실해 갑니다.

이미 지식인의 전통적 권위가 사라지고 없는 사회에서 학생들, 소비자들, 신도들이 찾지 않아서 물적 기반이 취약해지고 없어지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존재하는 소수의 학자, 언론인, 종교인이 가능한 것은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자 마음을 먹고 기꺼이 수강신청을 하고 책을 사고 신문을 구독하고 연보 돈을 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판적인 목소리, 진보적인 목소리로는 인기를 얻고 사람을 모으고 유명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서 말을 하는 것은 돈을 받고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돈을 내고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 대신 중단 없이 내 주기를 바라는 많지 않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상대적으로 과도한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사회에서 그런 목소리가 미미하게라도 들려오는 것입니다.

크게 성장한 거대한 대학, 거대한 언론사, 거대한 종교기관의 발언자들은 돈을 많이 모은 자들의 입맛에 맞고 돈을 많이 버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몰려들고 귀를 기울일 뿐 아니라,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가 있어서 경제적인 생존을 염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발언자들은 그래서 점점 청중들에 대해 권위적이고 독재자처럼 되어 갑니다. 그래도 점점 더 많은 청중들이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해당 대학, 언론사, 종교기관은 보통의 기업처럼 높은 사람만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위계적인 조직체가 되어 갑니다.

지적재산권의 대상이 되는 과학기술 지식과 예술작품 등은 물론이겠지만, 인문사회 분야에 해당되는 관념과 말이라는 것도 물적 기반과 에너지의 공급 없이는 존속할 수가 없고, 틀림없이 경제사회라는 거대한 생존구조 내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인문사회의 사상과 관념도 사회 전체에 흐를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고 그 샘솟는 원천이 마르지 않게 재생산되게 하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광고수입과 “좋아요”라는 반응으로 유지되는 유튜브와 같은 매체가 해 줄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입니다.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기꺼이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시민들이 말과 정신의 경제로 사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 뒷받침의 역할을 입법, 사법, 행정의 국가가 대신해 줄 수도 있고 그러면 순조롭다는 생각도 당연히 있지만, 그것은 특별하고 일시적인 경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과거의 일들이 말해 줍니다.

우리에게 이식된 미국과 영국의 민주주의 정치, 미국과 영국의 언론이 생산하고 인터넷을 통해 확대 모방되는 현실관에 갇혀서는 새로운 질서를 향해 의미 있는 움직임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불문에 부치고 그 방향에 맞추어서 입을 봉하고 살거나, 그 방향에 맞게 아랫사람들에게 훈계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자칫 잘못 말을 하게 되면 돈이 많은 사람들의 눈 밖에 나고 차츰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사회는 서서히 부패하고 무너져 갈 것입니다. 그에 따라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파괴적인 반응을 보이는 정도가 심해져 갑니다.

아무데서도 거대한 지배체제를 질타하는 소리,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데 큰 원인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지금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물을 들여서 이들이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개인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변혁을 위해 싸워갈 수 있게 힘을 공급하는 역할이 절실한데, 그렇게 물이 드는 사람들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개개인이 감수해야 할 손실은 줄어들 수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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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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