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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올려야만 하는 ‘과학적’ 이유

기사승인 2015.06.26  12: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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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주류경제학자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영향 거의 없어" 한 목소리

▲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재계는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면 고용이 줄 것”이라며 협박처럼 들리는 치열한 반박을 해대고 있다. 허나, 이러한 재계의 주장에는 실증적인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즉 과학적인 반박이 아니라 그저 이전부터 들이대고 있는 천민자본주의적 ‘임금인상=국가붕괴’론의 억측에 불과하다. 

작년 2월 18일, 시장주의와 친기업주의의 상징인 미국의 백악관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려고 하자, 초당파적 성격을 갖는 의회예산국(CBO)이 최저임금을 10불(약 11,000원)로 인상하면 약 90만 명이 직면해 있는 빈곤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도 약 50만 명의 노동자는 실직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지금 우리나라 재계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핵심적인 근거이리라. 

그런데, 이와 같은 이른바 ‘90만 명 대 50만 명’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에 대해 당시 오바마는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고용이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다며 일축했다. 참고로 최저인금 인상 반대를 위한 당시 CBO의 연구에는 시장주의와 친기업주의에 젖은 미국의 ‘꼴통’(?) 주류경제학자들이 일부 참여했다.    

당시 CBO는 2016년까지 최저임금을 10불(약 11,000원)로 올리게 될 경우, 1천65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그 혜택을 받아 이들의 전체 임금이 총 310억 불(약 34조5천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으며, 그 결과, 90만 명의 저소득 노동자들을 빈곤 상태로부터 구제할 수 있으나 2016년 하반기에 들어가면 약 50만 명의 노동력 또는 전체 고용 중 0.3%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경제자문관인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은 고용이 0.3% 감소한다고 보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의 주장에는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모든 경제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경제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CBO의 예측을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예를 들면, 7명의 노벨 경제학 수상자, 미국의 경제학회를 이끌어 온 8명의 원로, 그리고 그 외의 약 600명에 이르는 경제학자들이 함께 출판한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보이며 CBO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으로’ 반박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이들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여러 연구논문들을 취합하여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간의 관계에 관한 ‘과학적’ 주장을 내놓았다. 제이슨 퍼먼이 논쟁을 위해 활용한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학술연구는 최근 경제학계에서 매우 심층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거의 모든 연구는 노동시장에서 고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 하는 시기라 할지라도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고용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또 최저임금 인상에 의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공통적인 결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학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1994년경부터 활발하게 진행해왔는데, 이 연구들은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타난 각국의 다양한 관련 통계를 활용하여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악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으며, 또 그 이유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결국 이로 인해 단위노동비용(산출물 1단위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노동비용으로, 즉 명목시간 당 급여에 생산성을 나눈 값)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에서 찾고 있다. 

또 이 연구들을 살펴보면, 임금 수준이 올라가면 이직률이 낮아짐으로써 기업은 신규 노동자 채용 및 이들에 대한 교육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고, 또 동시에 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동기 유발, 모럴(도덕)의 함양, 집중력 강화, 건강 개선을 가능케 함으로써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인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공통 결론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꼭 우리 재계의 주장과도 같이, 미국 최저인금 인상 반대론에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10불(약 11,000원)로 올렸을 때 나타나는 경제적 긍정적 효과에 관한 분석과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의 분석과 주장은 지나치게 이념적...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출 뿐"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은 1천65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수입이 늘어나 결국 고용이 줄어들 것에만 주목하고 있는데, 이 분석은 첫째, 현재 시급 10불 이상의 수입을 챙기고 있는 800만 명의 여타 노동자들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있고, 둘째, 최저임금 인상은 설사 고용이 일부 상실되었다 하더라도 미국의 수백만 중산계급 가정의 수입이 증가하게 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셋째, 이들의 분석은 최저임금 인상이 거시경제에 기여하게 되는 점, 특히 노동자의 잉여 구매력이 총수요를 확대하여 결국 경제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점에 관해서는 연구의 대상으로도 설정하지도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을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우리 경총의 주장이나 분석들과 동일하게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총수요를 자극한다는 주장은 노동자는 수입이 증가하면 소비를 늘이고 반대로 수입이 줄면 소비를 억제하는 노력을 하는, 즉 이론적 측면에서의 ‘소비자 심리’에 의거한 것인데, 실제 각국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두 가지 측면을 갖는 ‘소비자 심리’ 중 노동자의 수입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은 매우 현저하게 보이고 있다. 이는 ‘이론적인’ 가설을 넘어 ‘실증적인’ 경향이라는 의미이다. 

넷째,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은 최저임금을 10불로 인상했을 때 약 90만 명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분석을 하고 있는 반면에 빈곤에서 구제된 이들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다양한 학술연구가 내리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을 완화할 수 있다는 합의된 결론과는 완전히 대치되는 억지스러운 주장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의 분석과 주장은 지나치게 이념적임을 알 수 있다. 즉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출 뿐, 그 긍정적인 측면은 이들의 분석에 있어 그 어떠한 변수나 검토대상도 아니다.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러한 이념적 편향성으로부터 우리 경총과 또, 우리 주류경제학자들의 분석과 주장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급 1만원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대한 마이너스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경제에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주요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불하게 되면 노동자의 이직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은 신입사원의 교육 및 훈련에 소요되는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는 미국의 대형 회원제 마트 코스트코(COSTCO) 직원들의 최저임금은 11.5불(약 12,800원)이다. 이처럼 코스트코는 매우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의 이직률이 거의 0%에 가까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낮은 이직률은 코스트코 경쟁력의 핵심이다.

최저임금 5천580원은 지금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다. 살인적인 수준이다. 저임금노동자는 급여 외에 다른 부수입이 없기에 이들은 지금 빈곤선에 서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작년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가장 높은 수준(9.32불)으로 올린 워싱턴 주의 고용증가율은 2.10%로 미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나는 주류경제학자가 아니다. 오히려 주류경제학을 비판하는 입장을 관철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은 경총을 비롯한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 생산되는 담론이므로, 나는 지금까지 이 글에서 최저임금을 올려야만 하는 ‘과학적’ 이유를 이들과 다른 경제학이 아니라 이들이 지향하는 경제학의 주장을 활용하여 언급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주류경제학자들을 필두로 하는 우리나라의 최저인금 인상 반대론자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들이 사족을 못 쓰는 ‘미국’에서, 게다가 여러분들이 절대적으로 경외하는 ‘미국의 주류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시민. 사진제공: 노동당 인천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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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l승인2016.07.17l수정2016.07.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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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junho@i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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