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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금속노조 진단과 개혁 방향

기사승인 2021.12.10  12: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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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노동운동의 ‘주요모순’ 회피하는 금속노조 1) 한국 노동운동의 주요모순, 2) 산별 건설 취지 망각한 금속노조

 

김정호

박사(북경대 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엮임

(현) 울산에서 노동교육에 종사

금속노조가 기대와는 달리 이렇듯 무기력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금속노조가 한국 노동운동의 가장 첨예한 ‘주요모순’이자, 조합원 대중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인 비정규직문제와 원-하청 문제의 해결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1) 한국 노동운동의 주요모순

오늘날 한국 노동운동에 있어 ‘주요모순’은 다름 아닌 비정규직문제이며, 그리고 이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원-하청문제이다.

이 문제들은 한국사회 최대 계급인 노동자계급의 가장 절박한 현안문제라 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처우에 있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동일노동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 내지 심지어는 1/3 이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대군의 존재는 다른 한편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역시 불안하게 만들며 자본과의 교섭력을 현저히 약화시킨다.

자본은 이처럼 비정규직의 대규모 존재를 통해, 전체 노동자들의 저항을 손쉽게 무력화시키고, 노동자계급에 대한 분할 통치의 목적을 달성한다.

이 같은 비정규직문제와 원-하청문제는 금속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다수 대중의 가장 절박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금속노조가 이러한 절박한 문제를 회피하다 보니 설령 금속노조의 전체 조합원이 양적으로 얼마간 늘어난다 할지라도 투쟁역량은 날이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금속노조는 조합비만 축내는 거대한 조직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노동운동의 주요모순을 회피하고 있는 근거는 무엇보다도 중앙교섭에서 대공장 전략사업장의 불참을 ‘방치’한다는 사실이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 현대중공업, 만도지부 6개 ‘기업지부’의 불참은 중앙교섭을 형식적인 산별교섭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다른 한편 이들 사업장의 불참은 금속노조 내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 간에 전략적 연대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다.

한국의 지배적 자본인 ‘재벌’은 잘 알다시피 자신의 자본축적 전략으로 수탈적 원-하청 구조와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을 활용한다. 그리고 이들 ‘재벌’의 주력은 상당부분 금속 제조업에 포진해 있다.

또한, 소위 ‘기업지부’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금속노조의 대공장 전략사업장들은 대부분 이 같은 재벌 자본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 대공장 ‘기업지부’들이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참여해야만 이 같은 차별의 원인 제공자인 대자본(재벌)을 상대로 한 직접 교섭이 가능해지고, 금속산업 내 차별을 없애기 위한 동력을 끌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축인 ‘기업지부’가 불참하게 됨으로써, 원청 대자본(재벌) 역시도 불참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를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의제는 기껏해야 하청 중소부품업체 수준에 맞춰질 수밖에 없으며, 금속산업 내부 임금격차나 신분차별 문제는 애시 당초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금속노조는 좀처럼 ‘기업지부’ 문제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는 원래 ‘본조-지역지부-지회’의 조직체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2007년 통합금속노조가 출범할 무렵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 대기업 노조들의 참여를 유도키 위해 이들 기업들에 대해선 과도적으로 지역지부와 동격인 ‘기업지부’ 자격을 부여하고 독자적인 교섭권을 인정하도록 ‘부칙’을 만들었다.

이리하여 기업지부 해소는 “산별교섭이 정상화 될 때까지 유예하되, 조합(금속노조-주)은 산별교섭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 계획과 기업지부가 금속산별운동 강화를 위해 복무할 수 있는 방안, 지역지부 강화를 위한 중·단기적 전략” 주석 1) 을 마련키로 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방안을 만들지 못한 채 한 없이 늦춰지고만 있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과도기적 상태가 언제 종식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처럼 중앙교섭의 ‘파행’을 묵인하고 점점 그것이 관행으로 굳혀지고 있는 상황이야말로, 금속노조가 노동운동의 주요모순을 회피하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이다.

금속노조 본조 차원에서 볼 때도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사업장들을 조율하여 금속노조 규약인 ‘1사1노조’ 원칙의 관철, 궁극적으로는 산별차원의 차별 철폐를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한 때 ‘자동차분과위원회’에 완성차 3사뿐만 아니라 부품사 대표들도 함께 참여하여 그런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 적이 있다.

<표 1>과 <표 2>를 보면 금속노조 5기 1년차(2008년)까지만 해도 자동차분과 운영위원에 지역지부의 자동차 산업 업종 출신들이 참여하고, 자동차분과 정책담당자회의에는 완성차는 물론 각 지역의 부품사들이 참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표 1> 5기 1년차 자동차분과 운영위원 명단(2008. 2. 20. 기준)

▲ 자료 : 금속노조 5기 1년차 관련 회의 자료

 

<표 2> 5기 1년차 자동차분과 정책담당자 4차 회의

관련자 명단(2008. 1. 10.)

▲ 자료 : 금속노조 5기 1년차 관련 회의 자료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참석자 범위가 날로 축소되었으며, 지금은 아예 완성차 중심의 교류 장소로 성격이 바뀌었다. 2020. 6. 12. 11기 1차 자동차분과위원회의 참석자들을 보면 본조 상집,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차지부, 한국GM지부만이 참석하였고, 2021. 5. 27. 11기 7차 자동차분과위원회에는 본조 상집,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차지부만이 참석했을 뿐이다.

이렇듯 현재 금속노조 내에서는 원-하청, 정규직-비정규직 소통 구조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이다.

 

2) 산별 건설 취지 망각한 금속노조

산별조직 건설은 원래 노동자계급의 노동해방을 향한 전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이다. 단위 사업장을 뛰어 넘어 최종적으로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단결을 이루어야만 우리가 바라는 노동해방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

산별건설은 그 중간에 우선 동일 산업 내에서나마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을 실현코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물론 자본은 노동자들의 이 같은 산업적 단결을 방해하기 위하여 갖가지 공작을 펼친다. 따라서 그 같은 방해공작을 뛰어 넘어야만 진정한 산별조직 건설이 가능한데, 한국에선 그 가장 큰 방해물은 다름 아닌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 간의 분리이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지금 이러한 비정규직제도 철폐, 원-하청 불공정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 같은 슬로건을 내건 18만 조합원의 총력투쟁, 각종 캠페인, 총파업을 시도한 적이 없으며, 민주노총을 이런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계획도 없다.

한 마디로 금속노조의 위상에 걸 맞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금속노조가 산별조직 건설의 본래 목적인 금속산업 노동자 내부의 차별을 없애자는 근본 취지를 망각한 채, 그 같은 차별을 오히려 묵인하고 타협하는 순간 금속노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게 된다.

만약 금속노조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면 당연히 노동조건이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 중소하청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와 처우개선을 자신의 일차적 임무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 임단투를 조직하고, 금속노조 산하의 상대적으로 선진적인 사업장 역량을 가동하여 낙후된 사업장을 지원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획득한 전체 단결된 역량을 기초로 노동법 개정과 같은 더 높은 단계의 제도개선 투쟁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현장 대중들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 요구에서 손을 놓다 보니, 금속노조는 지금 별로 할 일이 없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막대한 조합비나 축내고 있자니 자신의 ‘존재이유’가 문제가 될 것 같고 무언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만 한다.

그 같은 심리적 압박이 매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중앙교섭, 법률원 중심의 사업 배치, 교육연수원 건설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비정규직문제나 원-하청문제는 총자본 대 총노동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지, 18만 금속노조의 역량만 가지고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금속노조의 책임을 떠넘기는 ‘변명’에 불과하다.

금속노조가 이런 임무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220만 금속산업 종사자 중 겨우 10%에도 못 미치는 18만명 수준의 조직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별교섭이 전혀 산별교섭 같지 않고 형식적이기에 그 참여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이다. 만약 금속노조가 진정으로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차별해소 등 조합원들의 절실한 이익과 관련된 문제들에 있어 과거 전노협이나 금속연맹처럼 선도적으로 치고 나간다면 조합원들이 지금처럼 시큰둥한 태도를 보일리가 만무하다.

금속노조가 진짜 산별교섭을 시작하면 전체 민주노총의 거대한 잠재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을 주도하는 핵심 역량은 다름 아닌 금속노조이기 때문이다.

사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군부독재 시절처럼 정부나 자본이 노골적으로 외압을 가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 금속노조는 객관적으로 보자면 과거 전노협이나 금속연맹(금속노조의 전신)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아래 인용문은, 그 점을 잘 말해준다.

 

"전노협·금속연맹을 거쳐 조직된 금속노조를 보자. 조직의 힘은 협의체인 전노협이나 상급 연합단체인 금속연맹이 감히 따라올 수 없다. 하나의 단위노조로서 실로 막강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소속 사업장조직의 조합비를 집중시켜 과거 협의체나 연맹의 수십 배 이상의 재정규모를 갖추고 있고, 규약 상 산하조직에 대한 조직강제력을 갖추고 있다.

과거에는 사업장의 단위노조로부터 교섭권 위임에 의해서만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사업장조직이 금속노조의 위임 없이는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과거에는 사업장의 단위노조가 법적 노조로서 주된 조직적 실체였지만, 이제는 사업장조직은 법적으로 노조로서 실체가 인정될 수 없는 노조(금속노조-주)의 하부조직에 불과하게 됐다.…… 금속노조는 이 교섭과 투쟁을 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김기덕, “금속노조가 문제다”, 2011. 9. 20.)

 

 

금속노조가 자신의 막강한 권력에 비해 지금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금속노조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자신 내부의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노동자의 차별 철폐를 위해 얼마든지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이런 일들을 좀처럼 하지 않으려는 것은 일종의 ‘수수께끼’이다. 논의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이 비밀들을 하나씩 벗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본문 주석]

1) 금속노조 규약 제14조(조직편제 방안에 대한 경과규정) (2009.11.23. 신설)

 

 

위 주장에 대한 이견이나 다른 주장이 있다면, 언제든지 개미뉴스에 싣도록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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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선 kingsj878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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